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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엔오피니언

[칼럼] 개(犬)판의 정치 그리고 내로남불

 

지난 주말 또 광화문 광장이 둘로 갈라졌다. 극단의 지향점에 선 단체들이 자기네가 옳다며 삿대질이다. 광장을 장악하면 정권탈취와 수호가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 자들은 서로를 향해 욕지거리와 조롱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들은 한껏 매달아 놓은 상대방에 대한 저주의 주문을 고장난 레코드처럼 몇 시간씩 돌려댄다. 두 세력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광화문촛불연대다. 이 연대는 이번에 윤석열사퇴범국민행동본부와 손잡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의 육두문자가 하늘로 치솟으면 한쪽에서는 "윤석열 사퇴"와 "추미애 파이팅"이 고개를 쳐든다. 

 

정치가 개판이다. 싸움닭을 기르는 투계장이 됐다. 저마다 목청을 돋고 벼슬을 부풀려 홰를 친다. 유시민과 진중권의 말꼬리 잡기부터 이종걸과 진중권의 추잡한 과거 뒤지기에 이제는 이언주의 평가에 진중권이 독설로 응답하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엔 진중권과 유시민이 있다. 이른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논객들의 입방정과 말싸움질이다.  

 

말이 말을 낳고 말로 꼬투리를 잡아 만신창이가 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입조심을 깃발로 흔든다. 아무리 흔들어도 입이 간지러운 자들은 인내심이 없다. 툭하면 개 짖는 소리다. 자기들끼리 짖어대는 거야 뭐라 할 일이 아니지만 퍼 나르는 자들이 세상의 게시판에 연일 도배질이다. 그러니 세상까지 덩달아 시끄럽다. 대표선수들은 변하지 않는다. 진중권을 필두로 유시민과 공지영, 이종걸과 이재정에 이어 박지원과 홍준표까지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주류다. 여기에 한동안 자취를 감춘 안철수도 리턴매치를 선언하며 링에 올랐다.


정치권의 막말은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없다. 그래도 진보는 수사에 미사여구까지 동원하는 돌려 말하기 신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보수라고 자처하는 인사들의 막말은 거칠고 헐벗었다. 그 대표주자가 전광훈이다. 목사라는 직함을 가진 전 씨는 대놓고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다.  얼마 전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 영장이 기각되자 득의양양하다. 이제 아예 대놓고 영웅놀이에 빠진 모양새다. 

 

그는 "언론들이 제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모든 구석구석을 다 조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집 대문 앞에 CCTV 4대를 설치하고 저를 감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나의 편이다"이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그는 최근 "끝장났다. 문재인 너 보고 있냐 지금. 전광훈 손에 붙잡혀 내려오는 게 낫지 어른들(원로 목사들) 손에 붙잡혀 내려올래. 이 O아" 정도의 수준이다. 

 

진보논객이나 여권에서는 이제 아예 전광훈이라는 이의 목청 높은 외침에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 아무도 응대를 안 하다 보니 그 소리가 광화문 한 바퀴 휘돌다 청계천 하수구 틈으로 사라진다. 어쩌면 거친 막말이 더 많이 나올수록 여권결집에 유리하다는 계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토릭은 달라도 진보의 문장도 하수구 냄새가 진동한다. 까놓고 둘이 만나 골방에서 끝장을 보면 될 말싸움을 전 국민을 상대로 중계방송이다. 그 마당을 종편과 공중파가 펼쳐 놓았다. 

 

 

그 주인공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이들은 한 종편의 신년특집 토론회에 마주 섰다. 주제는 언론 개혁이었다. 이 토론회에서 유시민은 친절하게 '기레기'의 어원을 분석해 줬다. 기레기는 보도의 질 때문에 생겨난 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품질이 높은 보도라는 것은 정확한 사실을 보도해야 하고 사실들에 적절한 관계를 맺어 맥락을 전달해야 하고 그 맥락을 통해 해석을 실어 보내는 것이 언론 보도인데 사실이 정확하지 않고 중요한 사실, 의미 있는 사실을 선택하는 기준이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진중권이 정색을 했다. 그는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거론하며 "알릴레오 시청자는 기자들 리스트를 만든다. 제대로 일하는 기자들을 리스트 (만들어) 좌표를 찍고 공격을 한다"며 "(기자의) 가족의 신상 파서 기레기라고 비난한다. (그런 신상털기가) 집단화 조직화 일상화 되고 있다"고 했다. 진중권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알릴레오가 스탈린과 히틀러처럼 전체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선동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바로 조국의 아들 대리시험 문제였다. 유시민이 이 문제를 검찰이 정식으로 공소사실에 포함한 것을 두고 "검찰의 기소가 깜찍하다"고 말했고 진중권을 이를 대중들의 윤리를 마비시키는 수사라고 공격했다. 그래도 유시민의 입은 다무는 순간이 없다. 그는 "우리가 아는 건 검찰 주장이 대부분이지만 검찰 주장이 언제나 팩트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도덕적 문제와 국가가 형벌을 행사해야 하는 게 따로 있는데 조국 전 장관 문제는 검찰이 표적 대상에 유죄 혐의를 씌우기 위해 언론을 이용해 여론을 만드는 메커니즘이 너무 보인다"고 했다. 결국 검찰이 조국의 도덕적 문제를 범죄와 동일시하기 위해 아들 대리시험까지 공소사실에 집어넣었다는 이야기였다. 

 

두 사람 간 날 선 공방은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의원은 진 전 교수를 향해 "'입진보'에서 '입보수'로 변신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진흙탕 싸움에 응하지 않겠다"며 "2012년 이 의원이 당시 문재인 대표를 뒤흔든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지난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였던 이종걸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재신임 투표와 관련해 "재신임은 유신시대의 언어를 연상케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유시민과 일전불사를 외친 진중권이 이종걸과 맞짱을 뜨고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추미애 사태를 두고 친문전체를 싸잡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발단은 윤석열 총장발 검찰권 수호가 여권에서는 항명(抗命)사태가 되면서부터다. 총리까지 나서 항명 프레임을 씌우자 진중권 교수는 "추미애, 이낙연, 이해찬, 이인영, 홍익표, 이재정에 청와대…. 전방위적 압박이죠"라며 "'항명' 프레임 구축에 당·정·청 어벤저스가 떴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검찰총장은 임기가 2년 보장돼 있어 물러나게 하려면 사실상 자진사퇴시키는 수밖에 없다"며 "(윤 총장이) 사퇴하도록 압박하려면 뭔가 꼬투리 잡을 게 필요하고, 그래서 '항명'이라고들 단체로 트집 잡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야바위판에 가면 판 주위에 바람 잡는 사람들 있는데 이분들, 그거 하는 거라 보면 된다"며 "하나의 시나리오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이거 영락없이 '배 째라고 하면 지긋이 째 드리겠다'던 그분의 행태를 빼닮았다"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중권 교수는 "우리도 총선 공동행동에 나서자"면서 "조국기 부대에도, 태극기 부대에도 들어갈 수 없는 '진영 없는 시민회'"를 주창하며 '진영 없는 시민회'의 공동 행동 강령으로 '민주당만 찍지 말자' '어느 당 찍을지는 각자 알아서. 세상은 못 바꿔도 바보는 되지 맙시다'로 일갈했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개싸움판이던 정치판이 이제 세력싸움으로 변해가는 모양새다. 직설화법으로 이야기하면 패싸움을 해보자는 이야기다. 4+1에 힘을 얻은 여권은 친문연대만 확고하게 다지면 어떤 싸움도 이길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위한 프레임이다. 집안단속은 철저히 하되 이적세력이 나타나면 가차 없이 밟아버린다는 전략이다. 자신들의 편이라면 어떤 찌질이도 훈장하나 달아 전선에 내보내겠다는 계산이다. 놀랍지만 지금의 여권 행태는 딱 그 지점에 서 있다. 

 

여기에 4+1 연대의 심장이라고 자부하는 정의당이 또 입을 보탰다. 조국 사태 때 탈당을 선언했다가 발목을 부여잡았던 심상정이 결국 결단을 내렸다. 용도폐기다. 그리고는 댓글까지 달았다. "그동안 고마웠다. 요즘 좌충우돌한 모습은 빼고"라고 비아냥을 퇴직위로금으로 던졌다. 우리 편을 옹호하는 경계를 벗어나면 딱 이런 결말이다. 보란 듯이 까고 침을 뱉는다. 내로남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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