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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정치

이번 총선은 프레임 전쟁이다

이번 총선은 프레임 전쟁이다

 

인간은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해 생각한다. 따라서 누군가 이 언어를 지배할 수 있다면, 생각도 지배할 수 있다. 정치에서 이는 곧 ‘프레임’으로 나타난다. 문재인 정권 초기 국민을 지배했던 프레임은 ‘적폐청산’이었다. 이 말이 강렬하게 전파될수록 문 정부의 적폐청산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이제 또 한 번의 거대한 프레임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제21대 총선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프레임 전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예상되는 프레임은 단일하지 않다. 다양한 프레임들이 여러 가지 전선을 구축하면서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번 총선에서 등장하게 될 프레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차원적인 프레임 등장

사실 모든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다. 그런데 이번 21대 총선이 유독 프레임 전쟁의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현재 보수와 진보가 ‘팽팽한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면, 굳이 프레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프레임을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 민심은 한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진보든 보수든 모두 프레임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선 보수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진보와의 격차는 대략 10% 정도이다. 선거판에서의 10%는 매우 큰 수치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바람이 불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보수의 입장에서는 프레임이라는 지렛대의 힘을 활용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보수의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고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과거의 상처가 더욱 절박함을 부른다. 이 역시 프레임의 힘을 간절하게 바라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반대로 진보의 입장에서도 프레임의 힘이 필요하다. 일단 진보는 그 출발은 매우 좋았다. 여당의 대통령을 탄핵하고 진보의 대통령을 세웠으며 총선에서도 통쾌하게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세가 21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보수의 반격은 예상외로 거셌고, 또 일부 국민에게는 매우 잘 먹히고 있다. 과거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뜬금없는’ 결과이다. 진보는 이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했고, 어쩌면 이번 총선이 자신들의 입방적인 승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더구나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까지 생겼으니 그 절박감이 더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는 일반적으로 ‘정권심판 VS 야당심판’이라는 프레임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더구나 이러한 구도는 매번 총선이 있을 때마다 재현되었으니, 이번에도 분명 주요하게 작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역동적인 정치적 환경변화는 또 다른 여러 개의 프레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은 ‘한일(韓日)전 VS 친중(中), 친북(北) 정권’이라는 프레임이다. 보수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중국 눈치보기’, ‘우리나라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 자체가 중국 우한지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친중 정부-코로나’로 엮으면서 프레임을 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중국인의 입금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것은 진보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제까지 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제는 그 여진마저 느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점에서 ‘북한에 일방적으로 구애만 했던 정부’라는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다. 반면 진보에서는 보수의 친일본 색채를 지속적으로 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총선은 한일전이다’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즉, 이번 총선을 통해서 ‘친일본 세력’을 심판하자는 이야기다. 이러한 프레임 대결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둘러싼 북한-중국-일본이 모두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국의 정치 선거에서 이렇게 주변국들이 프레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조국 이슈도 여전히 살아 있어

조국 이슈와 검찰개혁도 여전히 살아있는 프레임이다. 민주당 김남국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했을 때 야당에서는 ‘조국 구하기’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이런 비난에 한발 물러서야 했다. 민주당이 이렇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은 ‘조국 수호 VS 조국 퇴진’이라는 프레임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총선에서 작용할 가장 막강한 프레임은 결국 ‘코로나 심판론’일 수가 있다. 특히 보수당은 이 부분을 최대한 살려야 하는 입장이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으로 재등장했지만, 지지율은 과거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컨벤션 효과’가 누리지 못한 채, 그저 자신들끼리의 이합집산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는 국민, 특히 보수 성향을 지닌 사람조차도 미래통합당으로의 변신에 대해 큰 감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코로나 사태가 진보에만 불리하라는 법은 없다. 코로나 사태를 최선두에서 지휘한 질병운동본부에 대한 국민의 응원과 관심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실제 SNS 상에는 ‘#고마워요_질병관리본부’라는 해시태그가 수만 건이나 달려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기관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의 활동이 국민에게 부각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임이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결국, 프레임도 정치권에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러한 프레임에 휘둘리기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보자는 견해도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진보 보수 모두가 행한 ‘공천 물갈이’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보수당의 경우에는 ‘친박 지우기’에 많은 공을 들인 만큼, 이번에 공천된 인물들이 더 이상 ‘친박, 비박’의 개념으로 논의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새 인물’, ‘참신한 인물’에 대해 투표를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정치권 자체에서 이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있을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려는 신인들에게서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정당, 혹은 이념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통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프레임이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가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거판에서의 프레임도, 혹은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역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 각 진영, 그리고 각 후보는 프레임을 둘러싼 치열한 격전을 치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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