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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정치

민주당 완승의 비결은 ‘문재인 정치’의 후방지원

민주당 완승의 비결은 ‘문재인 정치’의 후방지원

 

 

 

이번 총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나 대통령이 나서면 ‘관건선거’,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바로 나오면서 심각해지면 탄핵의 위기에도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 청와대는 이 부분에 극도의 신경을 쓰면서 몸을 낮췄다. 그러나 선거의 과정에서는 곳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과정이 기막힌 타이밍에 매우 자연스러웠기에 그의 등장을 선거개입이라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영향력은 매우 강했다. 야당이 ‘문재인 폭주’, ‘문재인 독재정권’, ‘문재인 좌파정권’이라고 소리를 높일 때마다, 국민을 걱정하는 눈빛의 문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주장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틱했던 선거 과정 곳곳에서 엿보였던 ‘문재인 정치’의 후방지원을 복기해보자. 

 

극도의 위기감에 쌓였던 청와대와 민주당
지난해 9월.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자칫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4·15총선에서 대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청와대 하명 수사’라는 돌발변수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판세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 야당이 늘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경제위기’도 어느 정도 민심을 흔들만한 이슈였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문재인 정권은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경험해야 했다. 비록 코로나19 사태가 다른 이슈를 어느 정도는 덮어줄 수는 있더라도, 이 사태 자체를 막지 못하면  ‘무능정권’,  ‘정권심판론’이 제대로 먹혀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치’가 발동된 것은 바로 이 지점부터였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나라의 감염병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점은 바로 이러한 노력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로 연결되고, 여당의 지지로 합쳐지면서 조금씩 선거 판세에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고,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들수록, 지지율의 상승은 반비례했다. 이는 국민이 문재인 정부를 믿는다는 의미였으며, 이러한 믿음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코로나가 본격화되던 시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42%였지만, 총선 직전에는 무려 57%까지 치솟았다. 이는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역추산을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외신들이 호평을 보내기 시작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이 선거에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면, ‘문재인 정부’의 위상이 높아지고, 동시에 집권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반등의 기회가 생겼다. 전 세계 17개국에서 한국에 코로나 진단키트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해외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기를 원했고, 통상적인 수출이 아닌 ‘긴급 지원’을 원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에 애걸복걸하는 해외 정상들’이라는 연상을 가능케 했다. 이는 그만큼 대한민국의 힘이 막강해졌다는 점이고, 이제 우리도  ‘완전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각인해 국민들의 애국심을 강화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수출할 나라를 선정하는 과정이었다. 그간 우리나라에 대한 의리를 지켜준 UAE에 최초로 수출을 하기로 했으며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파병을 해 준 나라에 먼저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부의 과정에 국민들은 의아하면서도 감탄했다. 6·25 전쟁이면 ‘언제쩍 이야기’인가. 무려 7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를 잊지 않는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품격을 또 다시 상기하게 했다. 


정말로 누군가 이걸 기획했다면?
대형폭탄은 4월 11일에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을 꺼낸 것이다. 제101주년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광복이 우리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우리는 2021년 완공될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 영원히 새길 것이다. 친일이 아니라 독립운동이 우리 역사의 주류였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주지하다시피, 많은 사람이 이번 총선을 ‘한일전’이라고 표현했고, ‘투표로 친일을 청산하자’는 프레임을 내걸었다. 야당은 이러한 프레임이 매우 불편했던 것이고,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거 기간 내내 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입에서 ‘친일’이 튀어나오면서 사람들은 이번 총선의 성격을 다시 연상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우연의 일치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임시정부 수립 기념사를 하면서 ‘친일’을 언급하지 않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기막힌 타이밍’은 분명 선거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견고하게 친일을 외치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서 유권자들은 다시 ‘총선은 한일전이다’를 연상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3일 뒤이자 총선 하루 전날인 4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후방지원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4월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신속한 집행을 위해 오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의결하고,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다. 국회가 신속히 처리해 유종의 미를 거둬 달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재난지원금을 이용해 표심을 사려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면 될 일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나눠줄 테니 줄 서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을 도대체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무리 박 위원장이 반발해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하기는 힘들다. 어떻게 보면 그것 역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 위원장은 그저 일회성 성명서 발표로 사태를 마무리 지어졌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전히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국민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소리 역시 선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거 개입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사리고 청와대 인사들에게도 조심을 명령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 이번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우연의 일치’처럼 보여도 거기에는 놀라운 타이밍의 계산이 있었고,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연상시켰고, 민주당에 대한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지만, 국민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여당에 대한 지지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만약 누군가 이 모든 것을 사전에 기획했다면, 그는 ‘선거의 왕’,  ‘선거의 천재’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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