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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엔오피니언

[칼럼]나를 철저하게 버려 달라.

㈜남화토건 조영환 전무이사

 

사람이 요즘 살아가는데 자기행동과 마음이 양심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100주년기념교회의 교인 수는 1만3,000명이 실질적인 출석 교인 수다. 자신이 개척한 교회에서 13년4개월 동안 시무한 이재철 목사를 따르던 교인들에게 그는 퇴임한 오늘부터“나를 철저하게 버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이을 ‘4인 공동 목사들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퇴임 설교가 끝나고 이 목사는 교인들과 작별했다. 
큰 교회를 일군 목사들이 퇴임식 때 관행적으로 받는 사례금도 없었다. 이 목사는“한반도 어느 곳이든 평당 10만 원짜리 땅이 나오는 곳을 생의 마지막 정착지로 삼아서 보내겠다고 했다. 굳이‘평당 10만원’이라고 특정한 이유는 그 정도 가격이라야 저희 부부 형편에 적당하다고 밝혔다”공식적인 퇴임식도 없었다. 
"목사에게 퇴임식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교인들은 일요일 마지막 4부 예배가 끝날 때까지 귀가하지 않고 기다렸다. 마지막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는 이 목사를 배웅하며 교인들은 가슴으로 울었다. 이 목사는 작별 인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경상남도 거창군의 산중턱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1시30분이었다. 
이 목사 부부는 거창군 웅양면의 해발 560m 산동네에 컨테이너 2개 동을 갖다 놓고 살참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교회 교우 중에 건축설계사가 있었다. 그가“제 아내도 투병중입니다. 암 투병 중인 목사님이 산골의 추운 집에서 살면 어떡하느냐”며 외풍이 없는 집을 기어코 설계해 주겠다고 하니 한사코 거절하던 이 목사도 끝내 못 이기고 수락했다. 
이 목사는 2013년 암 수술을 한 뒤 방사선 치료를 31차례 받은 바 있다. 물론 집의 시공비용은 모두 이 목사 부부가 댔다.  남은 대출은 이 목사의 사모가 출판사 월급으로 갚아나갈 참이다.  그는 자신의 월급을 교인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담임목사와 부목사간의 월급 차이는 고작 10만원이었다. 그의 목회는 검소했다. 그러나 영성은 풍성했다. 
1년 전 부터 요청한 언론사 인터뷰도 거절했다. “나는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일 뿐”이라며 집은 김천 구미역에서 1시간 거리 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 어귀에는  40가구가 사는‘마을 주민’으로 살고 있다. 마을 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한다. 이 목사의 집에는 담벼락도 없다. 자신이 섬기던 교인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일. 그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라고 했다.
이 목사에게‘자기 버림’은 처음이 아니다. 1988년 전 시무 교회를 개척해 출석 교인 3,200명의 묵직한 교회로 키운 뒤에도 “딱 10년만 하겠다”는 첫 약속을 지키고 목사직을 내려놓았다. 그 후 스위스 제네바의 한인교회에 가서도 그랬다. 3년에 걸쳐 미자립 교회를 자립 교회로 탈바꿈 시꼈다. 자기 버림의 뿌리를 묻자 이 목사는 책장에서 성경을 꺼냈다. 
요한복음 16장7절이었다. “십자가 고난을 당하시기 직전에  예수님께서도 떠나셨다. 떠남이 제자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하셨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예수님이 떠나가야 비로소 제자들이 영적으로 성장한다고 하셨다. 이 목사는‘원로목사’라는 이름으로 계속 머물면 상왕(上王) 노릇한다고 하였다. 
왜 버려야 했나? 버리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것을 갖게 된다. 그래서 버려본 사람이 또 버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말끝에  이 목사는 “1류 도공은 정말 뛰어난 걸 얻기 위해 끊임없이 버린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빼어난 작품 한 점만 본다. 그러나 그 작품 뒤에는 수많은 깨어짐의 과정, 수많은 버림의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버림’을 힘들어한다. 왜 그런가? ‘종잣돈’이라 생각한다.  버려야만 새로운 경지로 갈 수 있는데 말이다. 
그리스도교의 영성도 도공의 그릇과 똑같다하였다. 이 목사는 서울을 버리고 거창 산골에 왔다. 무엇이 열렸을까? 그에겐“대나무 숲의 파도 소리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가 친다. 그걸‘죽림(竹林) 파도’라고 부른다. 밤에 들어도 좋고, 새벽에 들어도 좋고, 낮에 들어도 좋다하였다.  
목사는 산골에 내려와서‘하나님의 숨결’을 드러내고 있었다. 목사는 이렇게 하늘과 땅을 되찾는 인생의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그는 우리들의 삶은‘모래시계’라고 했다. “아날로그시계는 초침과 분침, 시침이 동일한 시계판 위를 무한 반복한다. 디지털시계는 0부터 59까지 숫자가 무한 반복된다.  그런데 모래시계는 다르다.”라고 했다. 유리병의 윗부분에 남아 있는 모래의 양보다 빈 공간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내일 아침, 블라인드를 올려서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마다 감격한다.  그러니 폭풍이 친다고 문제가 되겠나. 비가 내린다고 문제가 되겠나. 이 목사의 아래 자작시 [바람]이라는 시에는‘거침없이 버려본’이가 버림 이후의 영성이 오롯이 흘렀다. 
그것은 바람보다 거세고 , 바람보다 깊고, 바람보다 고요한 그런 바람이었다. [바람/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바람이 분다./그래서 오늘도 산다./바람/내/생명의 근원/지혜의 근원].이 목사는 산속 흔들리는 대나무 바람 속에서 조용히 호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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