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그리고 우리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남북의 위기가 다가오면서, 다시 '김대중'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는 모임도 만들어지고, 그분의 삶을 다룬 영화도 개봉된다.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소극장에서 '인동초 평화포럼' 창립식이 열렸다. 청와대에서 5년여간 그분을 모셨던 필자도 운영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사진=데일리뉴스 DB)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사진=데일리뉴스 DB)

1997년 대선과 국민의정부에 참여했던 반가운 얼굴들이 모처럼 함께 한 자리였다. 김원기ㆍ임채정ㆍ정세균ㆍ문희상 등 전직 국회의장들과 정대철 전 의원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셨던 정치 원로들,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창립식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DJ맨'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상임대표, 배기선 전 의원이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인동초 평화포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기리고 그분의 평화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만든 포럼이다. 그래서 '김대중'을 상징하는 '인동초'와 '평화'가 포럼 명칭에 들어간 것이다. 이 나라의 민주와 평화, 민생을 위해 헌신했던 그분의 삶과 정신이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공기 처럼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뜻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들도 잇따라 개봉되고 있다. 다큐 영화인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은 오는 27일 개봉된다. 또 배우 설경구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열연한 영화 '킹 메이커'도 26일 개봉에 들어갔다.

▲ 영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킹메이커' 포스터
▲ 영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킹메이커' 포스터

왜 지금 김대중인가?  

우선 우리의 삶이 팍팍해지고 위기에 직면하면서 국민을 위해 헌신했던 그분의 삶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생은 '국민을 위한 삶'이었다. 정부 이름도 '국민의정부'로 지었고, 연설은 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었다. 지금 우리는 그분 처럼 절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정치 지도자가 그리운 것이다.

둘째, 한반도 평화의 위기를 맞아 평화를 향한 그분의 일관된 삶이 그리워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교류,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은 그 이정표이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제타격론'을 얘기하고, 북한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현실은 안타깝고 참혹하다. 그분의 평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과 행동이 그리운 시절이다.

셋째, 민생의 위기에서 그분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국면에서 집권했다. 정권 인수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외환위기 해결에 나섰고, 그의 국제적인 인맥과 명성을 내세워 IMF와 미국을 설득했다. 국민과 함께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민생이 무너지는 오늘,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혼신의 힘을 다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대중은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와 남북관계의 파탄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의 시기일수록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처럼 준비하고 행동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처럼 용기와 역량을 지닌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 선택에 달렸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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