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에 걸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 방역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병원과 의사, 간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런데 아무리 인적 자원이 풍부하더라도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의료용품이 충분하지 않거나 그 질이 떨어진다면 의료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기는 힘들다. 따라서 의료용품 유통을 담당하는 기업인들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메디칼의 김은석 대표는 지난 20여 년간 각종 의료용품을 공급한 것은 물론, 전 세계 최초로 순수 국산 기술로 ‘세라믹 필터 수액 세트’를 개발해 국민건강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최근 열린 제56회 납세자의 날에는 ‘서울청 동작 지방청장상’까지 수상해 모범납세자의 위상을 또 한 번 드높였다.

▲ 조선메디칼 김은석 대표(사진=데일리뉴스 DB)
▲ 조선메디칼 김은석 대표(사진=데일리뉴스 DB)

영업이 천성에 맞아

“수상 배경이라고 해봐야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지난 20년간 합리적인 가격으로 각종 의료용품을 제공하면서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그 결과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성실하게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앞으로도 꾸준하게 사업을 발전시키면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김은석 대표의 말처럼 세금 납부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이번 수상은 다른 기업에게 모범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03년 조선메디칼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은석 대표는 사회생활의 초창기부터 의료기 영업과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는 대우중공업에서 기계와 관련된 일을 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영업 쪽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왠지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는 일에 관심이 갔고 다행히 적성에도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걸렸다. 이직하려는 의료 용품 회사 영업직의 급여가,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받던 월급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 때문에 신혼인 아내가 반대를 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더 옮기기 힘들 것 같아 신혼 초에 과감하게 전직에 도전했다. 

1998년 A사에 입사, 그동안 하고 싶었던 영업을 활발하게 할 수 있었지만 아쉬웠던 점은 2003년에 부도가 나서 어쩔 수 없이 더는 회사에 다닐 수가 없게 됐다는 점이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황망하긴 마찬가지. 하지만 그간 영업 쪽에서 잔뼈가 굵다 보니 저마다 거래처가 있었고, 차라리 힘을 합쳐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회사 이름을 ‘조선메디칼’로 한 것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아무래도 신생 회사이다 보니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사명을 생각하다가, 촌스럽지만 바로 기억될 수 있는 회사명인 ‘조선메디칼’로 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2003년부터 회사를 운영하던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꺼번에 크게 성공하기보다는 꾸준하게 조금씩 성장해 온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전진해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업계에서는 원하기만 하면 빠르게 성장하는 길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코스닥에 상장한 후에라도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을 봐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예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성실하게 걸어가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탁월한 제품력 가진 세라믹 필터 수액

회사 설립 초기에는 여느 회사와 다름없는 평범한 의료용품을 판매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선메디칼만의 ‘무기’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때부터 시작한 것이 ‘세라믹 필터 수액’ 개발이었다. 특히 수액은 병원에서 매우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라 상업성도 충분할 것 같았다. 기존의 국내 사용 제품들은 면 소재가 많아 점도가 높은 수액제의 경우 필터 기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또한, 만에 하나 수액 주입 시 미세 입자나 박테리아 등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기존 일반 수액 세트 이물질 혼입 사례가 2020년 기존 156건으로 보고되어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주입을 하는 튜브에 에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인위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반면, 김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흐름성이 좋기 때문에 기존 필터 제품들의 최대 단점인 에어를 제거할 필요가 없으며 모든 부품이 엄격한 관리 시스템 속에서 국내에서 제작되어 불량률이 매우 낮은 것이 장점이다. 또 일반 기존 필터와 달리 세라믹 특허 기술을 활용하여 점도에 상관없이 흐름성이 매우 좋아 안전한 의료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리 파편이나 고무 재질의 이물질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걸러내고 시간이 지나도 약물의 유속이 일정하다. 이렇게 제품의 질도 좋은 데다가 예상치 못한 호재까지 생겼다.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세라믹 필터 수액 세트가 비급여에서 급여 혜택이 주어지므로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어 점차 병원에서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향후 연간 전국 병원 사용량이 5백억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비급여에서 급여로 바뀌게 되면 업체의 입장에서는 불리한 점도 있다. 수익을 마음대로 정하지를 못한다는 점에서 타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병원이나 환자들이 사용하기가 손쉽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보람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김은석 대표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때로는 힘든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가장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한 병원에 가서 견적서를 준 후 문을 열고 나왔는데, 그 순간 문틈으로 제 견적서를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솔직히 자존심도 상하고 무안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그런 모습을 보면 영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때부터 무려 한 달간이나 매일 찾아가서 다시 새 견적서를 드렸습니다. 그랬던 한 달 후에야 겨우 병원장님이 만나자고 하면서 ‘정말 당신들 견적서가 제일 싼 겁니까?’라고 물어보셨습니다. 물론 저는 자신 있게 대답했고 그때부터 거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집요한 노력이 결국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나 감안해야 할 점은 병원 물품의 구입은 간호사들이 많이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의사들이 특정한 제품을 사용하라고 해도, 결국 환자들에게 직접 처치하고 많은 용품을 다루는 간호사들이 불편하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동전의 양면이 있다. 한번 특정 제품을 구매하면 웬만해서는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에 익은 상태에서 다른 제품으로 바꾸게 되면 또 다른 불편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용품은 한번 납품을 하게 되면 꾸준하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김은석 대표 역시 이러한 간호사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제품을 공급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적

또 김은석 대표는 이제까지 사회봉사 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는 2010년 5월 대한피부과의사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도 바로 이런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였기 때문이다. 의사회는 2009년부터 ‘피부나눔회’를 통해서 국내 다수 지역의 사회 복지 시술을 확충하고 피부질병 예방 교육 활성화에 노력했으며, 저소득 계층이나 고아 및 한부모 가정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피부질환 예방법을 교육해왔다. 또한 이미 심각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김은석 대표 역시 이러한 활동에 동참해 보다 밝은 사회를 위해 앞장서 왔다. 

이러한 봉사 정신이 투영된 것이 바로 김은석 대표가 미래에 꿈꾸는 ‘가상화폐 요양병원’이다. 

“나중에 제가 돈을 많이 벌면 꼭 하고 싶은 것이 자체적으로 가상화폐가 유통되는 요양병원입니다. 큰 규모에 극장, 화장터까지 모두 갖추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병원 내에서는 어르신들의 운동을 위한 가상화폐가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몸을 움직여 청소하거나 하면 가상화폐가 지급되고 그것으로 음식이나 음료수를 사서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동기부여가 있다면 어르신들이 몸을 더 많이 쓰면서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이제까지 자신을 믿어주었던 병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또한 함께 동행해왔던 직원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아이템, 더욱 좋은 품질로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혼자 잘 사는 사회보다는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는 조선메디칼의 김은석 대표. 이제까지 의료용품을 통해서 국민건강에 기여해온 만큼, 앞으로도 꾸준한 사업과 미래의 꿈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를 꿈꿀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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