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업계에서 삼성과 LG의 1차 벤더가 되는 일은 흔히 ‘하늘의 별 따기’라고 불린다.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기술력에 관한 엄격하다 못해 가혹한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기업 1차 벤더에 목표를 두지 않았던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2차 벤더만 해도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경영해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다 보면 최고가 된다’는 대표의 경영 철학 때문일까. 늘 최선을 다해온 덕에 결국 입소문과 소개로 삼성과 LG의 1차 벤더가 되었다. 바로 유성산업 유승열 대표의 이야기다. 

1995년 창업한 사출 제조 및 금형 제작업체인 이 회사는 기술력에서는 여느 중소기업이 따라오지 못할 탁월함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제까지 ‘찾아가는 영업’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 입소문과 지인의 소개만 받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을까? 

▲ 유성산업 & ㈜유성이노텍 유승열 대표
▲ 유성산업 & ㈜유성이노텍 유승열 대표

소방장구, 헬멧, 반도체 부품에서 탁월

유성산업은 흔히 말하는 ‘부품 제조 회사’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단순한 분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뛰어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한마디로 부품 업계에서도 ‘독보적인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성산업이 다루는 분야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특수소재이며, 내열, 내충격, 내마모, 내화학성이 우수한 소재로 금형을 개발하고 사출성형을 하고 있다. 그간에 전자, 반도체, 소방, 방산, 의료기기 분야의 핵심부품을 개발해왔다. 유성산업을 가장 단순하게 설명해보자면 이렇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으로 케이스 하나를 만든다고 해보자. 대체로 단가는 1,000원 정도이며 비싸게 받는다고 해봐야 1,500원을 넘어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유성산업에서 만든 제품은 10만 원이라고 보면 된다. 최소 100배 이상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유성산업이 어느 정도의 놀라운 기술력, 제품력을 자랑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도 유승열 대표는 납세의 의무를 철저하게 지켜왔다. 최근 개최된 ‘제56회 모범 납세자의 날’에서 대전청 동청주 지방청장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상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2015년에는 조사모범 납세자상을 받았고 2016년에도 표창장을 받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개인 돈과 회삿돈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절대로 법인카드를 함부로 유용하지 않는 유승열 대표의 경영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늘 투명하고 열심히, 그리고 철저하게 하려는 것이 저의 경영방침입니다. 이런 자세로 기술을 대할 때 최고의 기술력이 탄생하게 되고, 회사의 운영을 대할 때 모범납세를 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투명성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는 회사 생활에도 적용이 됩니다. 저는 ‘노는 사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장입니다. 일단 회사에 출근하고 나서 사적인 일을 보기 위해 외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개인적인 사유로 출근하지 않은 날도 없습니다. 정말 후회 없이 일해왔던 것이 지금의 유성산업을 있게 한 같습니다.”

현재 유성산업의 주력 제품은 소방관이 쓰는 플라스틱 용구와 반도체 부품들이다. 소방관이라면 늘 불이 있는 작업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불에 잘 녹지 않는 헬멧과 각종 장구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여러 업체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높은 단계의 제품도 양산했다. 하지만 유성산업 유승열 대표는 이러한 ‘하이-그레이드(High-Grade)’의 제품마저 뛰어넘는 더 탁월한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또 반도체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의 제조, 생산에서도 매우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플라스틱 성형 기법과 금형 콘셉트 분야에서는 ‘원조’라고 할 정도의 기술력을 축적했으며, 도면에서부터 후가공까지 모두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강한 정신으로 도전

최근에는 모 기업으로부터 20억 원을 지원받아 신제품 개발에 착수, 이제 연구개발이 거의 다 끝난 상태이며 올해 4월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이 제품만으로 올 한해 매출 150억 원이 확보됐으며, 3월에 이미 올해 목표 매출의 80%를 달성했다. 이러한 승승장구의 기세가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유승열 대표는 굳이 대기업의 1차 벤더가 될 의지를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최고를 지향하기 보다는 최선을 지향한다’는 경영철학과 맥이 닿아있다. 

“저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대기업의 1차 벤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의 급여와 저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다면 2차 벤더로도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또한 저는 최고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나친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해 편법을 쓰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는 저의 경영철학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만 해왔고, 그것이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최고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회사가 대기업의 1차 벤더가 된 것도 바로 이렇게 최고가 아닌 최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최선의 정신,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일에 대한 몰입 등은 모두 어린 시절의 가난함, 그리고 아버님의 영향이 매우 크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나머지 중고등학교를 모두 야간으로 다녔고 낮에는 일을 했다. 일과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보니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한번 맡은 일은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관찰력’을 길러왔다고 한다. 특히 아버님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어떤 일이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왔다고 한다. 따라서 유승열 대표는 강한 도전정신과 긍정의 마인드를 키워올 수 있었다. 지금도 생산 현장에는 ‘하면 된다’는 구호가 적혀 있다. 이 구호는 너무도 익숙하고 오래되어서 그저 형식적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유승열 대표는 그 어떤 구호를 볼 때 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제가 오너로서 거래처들과 미팅을 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답을 냅니다. ‘된다, 안 된다’가 명확합니다. 아마도 오너가 미팅 현장에서 이런 답을 내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거래처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요를 이해한 후에는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OK를 합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제 말이 틀려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여기에는 ‘하면 된다’는 정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승열 대표의 여러 가지 삶의 원칙이나 경영 철학을 본다면 그는 왠지 ‘냉혈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빈틈을 허락하지 않고 모든 것에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감을 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과의 관계는 정반대이다. 

 

가슴 따뜻한 CEO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가슴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야유회를 가게 되면 사장은 숙박 시에 별도의 방을 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승열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먹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 그만큼 소탈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유승열 대표는 골프를 전혀 치지 않고 있으며, 치겠다는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빼앗길뿐더러 가정에도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휴일이면 반드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러한 성실하고 충실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보니 직원에 대한 보상도 매우 철저하다. 

“저 혼자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직원들과 함께 일을 수행합니다. 일할 때는 매우 엄격하게 하지만, 막상 임무를 완수하게 되면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합니다. 시대가 바뀌며 철야라는 것이 없어졌지만, 최근 저희는 3주 동안 철야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그만큼의 충분한 보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원들의 인격 역시 철저하게 존중합니다. 직원들을 무시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고, 직원들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멋있는 직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염원이다. ‘직원들이 자신이 한 만큼 대우받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터’가 바로 유 대표가 생각하는 멋있는 직장이다. 

이러한 그의 스타일은 거래처와의 관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소탈하고 강한 의지를 보여주다 보니 한번 유승열 대표와 거래한 기업은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 나가고 그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유성산업은 반드시 해낸다’는 철저한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유성산업의 이러한 차별화된 탁월한 기술력과 유 대표의 사람 냄새나는 경영철학으로 거래처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받은 동반자로 함께하며 늘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겸손의 힘이 있기에 정작 뛰어난 기술력과 소탈한 심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올 한해에도 유성산업은 승승장구하는 길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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