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가 의료의 발전에서 미친 영향은 가치 혁명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에 직접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각종 병의 퇴치에 큰 기여를 했고, 백신의 개발과 함께 다양한 전염병과 바이러스로부터 강한 면역력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사가 광범위해지면서 각종 부작용도 생겼다. 전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 주사 공포증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환자의 혈액에 오염된 주삿바늘은 가장 위험한 의료 폐기물의 하나가 되었다. 이에 사망하는 사람만 매년 13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주사의 각종 부작용을 해결하는 신제품이 바로 ‘마이크로 니들 패치’이다.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조그마한 주사들이 패치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주사에 대한 공포도 없애고 폐기물도 만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체내에 매우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신개념 약물 전달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이 바로 2006년 창립한 ㈜라파스(대표 정도현)이다. 최근 ‘2021 벤처창업진흥유공’에서 국무총리상까지 받으면서 그 위상을 알렸다. 정도현 대표를 만나 마이크로 니들의 혁신성과 기업 성장의 스토리에 관해 들어보았다. 

▲ ㈜라파스 정도현 대표
▲ ㈜라파스 정도현 대표

주사 보다 백신 효과 더 뛰어나

정도현 대표는 우리나라 마이크로 니들의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 상용화는 물론 기업 상장까지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력 역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체 매출의 60~70%가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로 인해 그간 다양한 포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IS52 장영실상(기술혁신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표창장(소재부품기술개발/대통령), 표창장(2017 벤처활성화 포상/중소벤처기업부)을 수상했고, 우수상(SBA 채용지원사업 일자리 창출 기여/서울산업진흥원)을 받았다. 이번 국무총리상을 받은 것도 이러한 뛰어난 기술력과 성과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정 대표에게 수상소감부터 물어봤다. 

“여러 공로가 인정되었겠지만, 저희보다 더 열심히 하는 기업들이 있음에도 저희가 상을 받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상을 받게 되면 ‘우리가 이제까지 잘해왔구나’라는 생각보다는 ‘앞으로 더 잘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됩니다. 특히 우리 기업에 대한 눈높이와 기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많은 분께 실망을 드리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마이크로 니들이란, 말 그대로 ‘굉장히 작은 주삿바늘’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100 마이크로 정도가 된다. 그런데 마이크로 니들은 이보다 더 얇은 30 마이크로 정도 수준이다. 이렇게 작은 바늘들이 하나의 구조체를 이루고 있다. 이 구조에는 ‘히알루론산’이라는 것이 담겨 있는데, 이는 우리 몸에서 수분을 보유하기 위해 만든 물질이다. 정도현 대표는 바로 이 히알루론산에 약물을 섞어 아주 작은 마이크로 니들로 몸에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통증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라는 수준이라고 보면 될 정도다. 특히 이 마이크로 니들은 기존의 주사와는 완전히 다른 작용을 하게 된다. 일반 주사는 약물을 혈액에 주입함으로써 온몸에 퍼지도록 만든다. 하지만 실제 면역 세포가 제일 많이 분포한 곳은 바로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층들이다. 마이크로 니들은 바로 이 층에 직접적으로 약물을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주사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백신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약물을 효과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미국 수출로 수익 마련

마이크로 니들이 가진 또 하나의 큰 장점은 바로 주삿바늘이라는 폐기물을 전혀 만들어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백신의 셀프 주입도 가능하고 냉장 보관도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들은 특히 개발 도상국에서의 백신 확산에 큰 기여를 가능케 한다. 의료진이 매우 부족한 개발 도상국의 경우, 이 마이크로 니들을 활용하면 누구나 직접 자신의 피부에 붙일 수 있고, 의료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 냉장이 잘되지 않는 환경이라는 점에서도 도움이 된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기존의 주사로 인한 약품 주입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뒤바꾼 혁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약물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합니다. 연구개발이 매우 활발하기는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최초이자 독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더 나아가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었습니다. 많은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가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생산이 되어야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자체적인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탁월한 생산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도현 대표는 이제까지도 회사를 잘 이끌어왔지만, 올해에는 더욱 크게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바로 처음으로 마이크로 니들 패치가 ‘일반 의약품’으로 지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의약품’이란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누구나 약국에서 간편하게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반창고나 소화제와 같은 것들이 모두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만약 이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향후 라파스의 발전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현재 라파스의 수출은 대체로 해외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는 정도현 대표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이라기보다는 국내의 규제가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처음부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지정해주기 때문에, 만약 기업이 여기에서 벗어나게 되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반면 ‘네거티브 시스템’은 몇 가지 안 되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있고 더 다채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인체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는 기업이 책임지기는 하지만, 기업의 도전정신을 끌어내는 데에는 매우 탁월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시스템이어서 정도현 대표도 규제 때문에 매우 힘든 것이 많았고, 일본과 미국의 경우 반대로 네거티브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결 제품 판매하기가 쉬웠다고 한다. 

이렇게 마이크로 니들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정도현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관련 분야를 연구했고, 또 연구자로서의 길보다는 사업가로서의 길이 더욱 자신과 맞았다고 말한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생명공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5년에 ㈜동방제약에 연구원으로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린바이오텍 선임연구원(생물약재 개발)을 거쳐 ㈜뉴트렉스테크놀러지에서 부사장직을 역임하면서 화장품 및 식품소재를 개발했다. 2008년부터는 오산대학교 겸임교수로 3년간 재직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는 선배 회사에서 책상 하나를 빌려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함께 했던 교수님이 있었지만, 그분은 초창기 이후에 엑시트를 통해 나갔고, 이제 제가 책임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직원이 100명 정도가 될 정도로 큰 성장을 했으니 저 역시 사업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꿈은 과학자였지만, 사회에 나온 뒤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뭔가를 만들고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것, 그래서 그들에게 매우 유용한 물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 제가 행복하고 성취감을 얻는다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대학이나 기업에서 연구하는 것보다는 사업가로 뛰어드는 일이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

정 대표는 이제까지의 승승장구하면서 성장해왔던 비결을 ‘충분한 준비’라고 본다고 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단계적으로 충분히 준비해왔고 그런 과정에서 마침 기회가 잘 찾아왔다는 것이다. 물론 고비마다 힘든 점도 있었지만, 충분한 준비는 그러한 고비마저 이길 수 있게 해주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초창기 화장품 사업으로의 진출이었다. 마이크로 니들을 통해 의료 영역을 개척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10년 정도의 시간을 잡았다는 것. 다행히 화장품 분야는 규제도 많지 않고 많은 도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주름 개선, 미백, 여드름 분야로 최초에 진출했고 계속해서 수출로 수익을 확보하면서 지속적인 R&D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도현 대표가 이제까지 해왔던 것은 단순한 비즈니스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인류에 공헌하고 싶은 궁극적인 꿈이 있다고 한다. 

“제가 창업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백신 패치 개발을 완료해서 제3세계 국가에 공급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현재에도 우리 회사 매출의 1%를 한국에 있는 <국제백신연구소>에 후원하고 있으며, 제가 후원회 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인류가 제3세계 국가를 구하는 데에 저와 우리 회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면서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정도현 대표. 이와 더불어 그가 가지고 있는 제3세계를 위한 숭고한 목표는 앞으로도 라파스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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