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당분간 물가 중심 통화정책"…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

▲ 2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기준금리가 1.5%에서 1.75%로 인상됐다. 기존 1.50%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인상된 건 약 15년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앞으로 수 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4.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경제성장률은 3.0%에서 2.7%로 낮췄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  "5월 나오는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의 발표도 있어서 이런 데이터들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5% 이상 높아지고, 상당한 경우 내년 초에도 4%, 3%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늘고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저성장)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압력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지금 추세를 보면 물가 상승률의 정점이 올해 상반기보다는 중반기 이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유가가 내려간다고 해도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고 곡물 가격은 한번 오르면 상당 기간 지속된다"고 재차 물가 상황을 우려했다.


정부가 논의 중인 추가 경정과 기준금리 정책 간 영향에 대해서는 "저희는 금리가 물가에 주는 영향을 집중 해석해서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추경은 경제성장률을 0.2∼0.3% 올리는 효과가 있고, 물가는 0.1%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면서 "다만 이번 추경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시적이고 일시적인 차원이라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기대 심리까지 포함해 물가에 2년 간 0.1%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오늘을 포함해 지난 8개월 간 5번 금리를 올렸는데, 물가에 0.5%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를 중립 금리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물가 상승률이 높아서 실질 이자율은 중립 금리보다 낮은 수준임은 분명하다"면서 "저희(중앙은행)의 우선적인 일은 일단 중립 금리 수준에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총재는 한은과 금통위가 생각하는 중립 금리 수준을 밝히지는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국의 중립 금리를 연 2.25∼2.50%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연말 기준금리 2.25∼2.50%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지난 2월과 비교해 지금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기대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취약 계층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아진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는 것이 목표지만 그 부분도 걱정"이라면서 "정부의 다른 여러 정책 방안과 공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기업 부담은 2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 위험엔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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