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틴 박태훈 대표

㈜넥스틴 박태훈 대표 (사진= 류세호 기자)
㈜넥스틴 박태훈 대표 (사진= 류세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1년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을 지정, 우수한 국내 수출기업을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2020년에도 200개의 기업이 선정되어 현재 1,443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향후 국내 경제를 이끌어 나갈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올해 선정된 기업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바로 ㈜넥스틴(대표 박태훈)이다. 반도체 전공정 검사 장비 회사인 넥스틴은 그간 ‘독과점’으로 인식되던 전 세계 반도체 장비사업 분야에서 무서운 성과를 보이는 회사다. 창업 이후 20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기술개발에 매진하며 2019년 매출은 97억 원이었지만, 올해 매출은 코로나 사태로 일부 투자 계획이 내년 1분기로 연기되어진 상황에서도 500억을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이미 7월말 기준으로 316억 원으로 충분히 달성했다. 이렇게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해외 고객사의 확보로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반도체 업계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박태훈 대표를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삼성, SK하이닉스 반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회사
반도체 장비 산업은 ‘전공정 장비사업 분야’와 ‘후공정 장비 사업 분야’가 있다. 후공정 장비 사업 분야는 국산화율이 57%에 달해 이미 상당수 기술개발이 이뤄졌으며 기술장벽도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경쟁도 치열해 기술로 차별화되기보다는 가격으로 차별화되는 시장이다. 영업이익률이 7% 정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인 3%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반도체 시장에서는 그리 높은 편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반면 전공정 장비 사업 분야의 경우 국산화율이 7%밖에 되지 않고 기술장벽도 매우 높다. 어떤 점에서 보면 ‘중소기업이 도전하기에는 불가능한 시장’이라는 것이 애초에 형성된 인식이기도 했다. 넥스틴 박태훈 대표가 도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 ‘전공정 장비 사업 영역’이다. 그만큼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지 않으면, 아예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냈고, 앞으로는 성장할 일만 남아 있다. 우선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된 소감부터 물어보았다.
“아직 성공을 축하할 단계는 아니지만, 성공이 충분히 ‘예약’되어 있는 상황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기술장벽이 엄청나게 높은 시장에서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이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 되어 주었습니다. 기술 개발하라고 투자회사에서 준 돈으로 우리가 월급을 많이 받으면서 잘먹고 잘사는 일은 일종의 ‘모럴 헤저드’라는 생각을 해서 직원들의 월급도 최소화했고 저 역시 다른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월급의 5분의 1정도만 받았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드디어 우리가 목표했던 지점에 이를 수 있었고 이제 앞으로는 전직원에게 충분하게 보상을 해줄 예정입니다. 그간 힘써주신 직원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박태훈 대표가 개발한 기술은 일종의 ‘첩보 위성’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하늘에 높이 떠 있는 첩보 위성은 지상의 여러 지역을 고해상도 광학 이미지로 촬영을 하고 이를 서로 비교하는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을 통해서 지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군대의 이동이나 무기 배치의 변화 같은 것을 잡아냄으로써 상대 지역에 대한 완벽에 가까운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이것이 그대로 반도체 장비에 적용된 것이 바로 ‘반도체 웨이퍼 패턴 결함 광학 검사장비’이다. 반도체 장비 시제품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다.  시제품을 고객사의 팹(Fab)에 설치하고 시범 운용을 하며 부족한 기능을 찾아내고 보완하여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고객사의 까다롭고 다양한 응용 기술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고 최종적인 납품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은 이러한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지만 넥스틴은 국내 반도체 소자 고객사에서 먼저 이러한 평가 과정을 제안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 받았고 전공정 패턴 결함 검사장비의 국산화는 시급한 과제였다. 바로 이시장에 도전한 것이 박태훈 대표였고, 이는 기존의 강력한 독점적 사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예상치 못했지만 극일(克日) 기업 대열에 올라

(사진제공= (주)넥스틴)
(사진제공= (주)넥스틴)

현재 넥스틴이 진입한 분야에는 두 개의 경쟁기업이 있다. 하나는 미국의 KLA-텐코(Tencor)와 일본의 히타치이다. 이 두 기업이 전 세계 1조 4천억 검사장비 시장의 90%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말 그대로 ‘독과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곳을 뚫으려고 했던 점에서 박태훈 대표의 투지가 빛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넥스틴의 성과는 어떨까?
“해외 시장 진출을 이제 막 시작한 시점이라 아직 점유율을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이미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로 급등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삼성 및 하이닉스와 동시에 거래를 하기 때문에 사업 면에서 리스크가 다소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러한 시장 자체에서 우리가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입니다. 그간에는 그 어떤 국내외 회사도 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기술장벽이 거의 제거되었다는 점입니다. 세계의 독점적인 기업과도 기술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앞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수록 세계 시장 점유율을 저희가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특히 넥스틴은 일본의 히타치와 경쟁을 함으로써 ‘극일(克日) 테마주’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박태훈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소재, 부품, 장비 독립의 전쟁에서 선두에 서게 된 중소기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2020년 올해는 박태훈 대표의 ‘퀀텀 점프’가 예정되어 있는 한해이다. 2012년 창업을 한 후, 지난 8년간의 거의 적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술장벽이 워낙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적자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총 9개의 벤처캐피털에서 200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투자회사가 이렇게 여러 군데인 것은 투자 금액이 워낙 크고 성공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한 캐피털에서 2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그들로서도 위험이 매우 큰 일이다. 특히 이렇게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박태훈 대표가 끊임없이 기술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넥스틴은 이미 지난 2014년도와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미래부로부터 ‘장영실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산업통상부 주관의 평가(반도체장비재료성능평가사업)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부터 성능인증까지 획득했다. 또한,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이스라엘에 연구소를 세워 기술개발에도 매진했다. 이러한 발 빠른 기술력 개발과 신기술에 대한 대응을 통해 넥스틴은 충분히 미래 성장성이 예견되었고, 향후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으로서의 잠재력을 키워왔다. 올해부터의 ‘퀀텀 점프’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박태훈 대표가 이렇게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회사인 KLA-텐코에 근무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를 거쳐 KLA-텐코로 이직했다. 그 후 그는 관련 기술의 독과점을 깨고 대한민국의 기술력으로 전 세계와 당당하게 겨루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창업했다. 그간 관련 산업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했던 만큼, 충분히 창업이 가능하고, 기술장벽을 넘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기술장벽을 넘을 때까지의 충분한 자금과 직원들의 헌신이었다.

(사진제공= (주)넥스틴)
(사진제공= (주)넥스틴)


대한민국 반도체 위상 높여
“저희 회사에 있는 고급 인력들이 최소한의 월급만 받으면서 견뎌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처음부터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회사의 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5년, 6년 뒤의 비전만 보고 매년 힘든 생활을 견디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직원들에게 굳게 약속을 했고, 조금씩 우리가 원했던 목표로 접근하면서 열정을 잃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그간 못했던 부분을 조금씩 직원들에게 돌려주고 있으며, 또 올해부터는 더 파격적으로 보상 할 생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넥스틴의 출산 휴가다. 회사에 근무한 년수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지만, 최대 육아휴직은 2년이며, 이 기간 동안에는 월급의 100%가 지급된다. 아마도 이 정도의 조건은 국내 중소기업에서는 유일할 것이며 대기업도 쉽사리 따라오지 못할 복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 정도로는 그간 직원들이 해왔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월급도 충분히 정상화하고, 비슷한 분야의 직원들이 받는 월급의 1.5배로 만들려고 한다. 특히 경력에 상관없이 회사에 기여가 많을수록 더욱 많은 월급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2021년부터는 매출이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전망이 무척이나 밝다. 
박 대표는 사회공헌에도 관심이 매우 많다. 2020년은 처음으로 흑자가 난 만큼, 첫해에 불우청소년과 노숙자들을 위한 ‘안나의 집’에 기부를 했다. 박 대표는 18세 이후 불우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많다. 불우청소년의 경우 18세 이전에는 국가에서 그나마 숙식을 제공 받을 수 있지만, 성인이 되면서 시설을 나와야만 한다. 이럴 때 그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 바로 정신적 멘토이다. 따라서 박 대표는 그들에게 경제적 지원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맨토가 되는 다양한 사회공헌을 준비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시작, 세계 최대의 독과점 반도체 장비결함 시장에 진출해 드디어 그간의 수많은 기술장벽을 깨버린 넥스틴의 박태훈 대표. 그의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진정으로 ‘불굴의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올해 기업공개를 할 예정인 넥스틴의 앞길에는 ‘글로벌 TOP 반도체 결함 분석 전문 기업’이라는 수식이 붙을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또, 바로 그날이 대한민국 반도체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 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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