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한기술사회 백종건 회장

지난 2020년은 사회적으로 거의 모든 조직적 활동들이 ‘정지’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각종 협회, 학회, 모임 등이 활성화되기 못했다. (사)대한기술사회 역시 마찬가지였고, 결국 지난 2019년에 당선된 백종건 회장은 2년의 임기를 끝낸 후 연임으로 들어섰다. 그렇다고 지난 1년을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니다. 백종건 회장은 내부 소통을 면밀히 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왔고, 많은 회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독려했다. 또한 향후 기술자들의 많은 활동 영역을 의미하는 ‘업역(業域)’을 넓히기 위한 토대를 단단히 만들어 왔다. 올해와 내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사)대한기술사회(이하 ‘기술사회’)의 미래 목표를 들어보았다. 

 

▲ (사)대한기술사회 백종건 회장
▲ (사)대한기술사회 백종건 회장

후배 양성 위해 적극적 노력할 예정

기술사회는 기술사법에 의해 지난 2003년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인가받은 종합기술사 단체이다. 전체 84개 종목(건축, 토목, 기계, 전기, 화공, 환경 등) 각 분야 기술사들이 속해있다. 기술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밀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기술사는 제4차 산업의 선도적 역할과 환경 분야의 해결사로 국가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해왔다.

이 단체의 수장인 백종건 회장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공학사, 한양대학교에서 공학석사와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79년 KCC건설(주)에 첫 취업을 했다. 공사 과장을 거친 후 이직, ㈜우성건설, 동원시스템즈에서 상무이사까지 역임한 후 회사를 나와 2007년 현재 ㈜제이케이씨엠 대표를 맡고 있다. 또 (사)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회장 (사)한국건설법무학회 부회장, (사)한국건설안전협회 이사, (사)한국건축시공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7년부터 기술사회에 평생회원으로 등록, 2016년까지 이사 및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9년 조직의 수장에 올랐다. 그는 2019년 2월 28일, ‘백종건호(號)’를 출범시키면서 향후 2년간의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그러나 채 1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그때부터 기술사회의 활동은 급격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는 솔직히 아무것도 못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였으니까 활동의 여지 자체가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우리 조직은 정부 지원자금이 없기 때문에 회원들의 회비나 용역수행, 찬조금으로 운영이 되다 보니 그 부분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업역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다 보니 후배들이 더는 기술사 자격증을 따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부분을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사 자격증’은 취득하기가 몹시 힘들지만, 일단 취득을 하게 되면 ‘해당 분야 최고 기술자’로서의 명성도 높다. 그런데 문제는 ‘업역’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 예를 들어 변호사나 세무사, 의사, 변리사의 경우에는 자신만의 업무 영역이 확실하고, 또한 자신들이 업무를 종결하고 확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기술사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배타적 업역’이 없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곤란을 겪어오기도 했다. 과거 70~80년대만 해도 건축 분야의 전망은 무척 밝았으나 요즘에는 대학에서의 인기도 시들하고, 그 결과 맥이 끊길 위험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국회의원들과 소통을 해도 결국 전체 기술사들의 숫자가 8만 4천 명에 불과하다 보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건설법무학 박사 국내 1호

“기술 분야 최고 전문가인 기술사는 국내 외 건설 분야의 최전선에서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현재와 미래에는 정보통신을 주축으로 제4차 산업을 주도하며 국가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되는 전문가인데도, 타 분야 전문가와 비교하면 적절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정부 부처별 관리상 이견에 의해 기술자격 제도가 관련법 취지에 혼선이 있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사의 위상 하락이 우려되며 능력 있는 기술 전문가의 기술사 진입 기피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백종건 회장은 자신의 업역을 구축하는 일은 스스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그의 이력이 증명하고 있다. 우선 그는 하나의 기술사 자격에 머무르지 않고 안전과 품질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 결과 건축시공기술사(1991), 건설안전기술사(1996), 건축품질시험기술사(1998) 등 3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의 이력에서 매우 특이한 것은 바로 ‘건설법무학 박사’이다. 2013년 광운대학교 대학원에서 취득한 이 학위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바로 백종건 회장이 ‘국내 1호’이기 때문이다. 

“저는 한 사회의 구조를 삼각형의 형태로 파악합니다. 삼각형의 제일 아래에는 ‘기술과 실무’파트가 있습니다. 저희 기술자라는 전문직을 포함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든든하게 아랫부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 위에는 ‘경영’의 영역이 있습니다. 회사 사장들이 경영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죠. 그리고 제일 위에는 ‘법과 제도’가 있습니다. 경영이나 기술, 실무는 모두 한 사회가 정해 놓은 법과 제도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업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기술과 실무’를 맡고 있는 기술사들이 경영과 법의 영역까지 진출하게 되면 스스로 업역을 확보할 수 있고 막강한 영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건설법무학 박사’를 취득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과거 ‘기술과 실무’의 영역에 속했지만, 법을 공부함으로써 삼각형의 제일 위에 있는 ‘법과 제도’의 영역까지 진출했다. 거기다가 현재 회사도 운영하고 있으니 ‘경영’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삼위일체’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현재 백종건 회장은 법원 건설분쟁 재판부 판사의 전문지식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법원감정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을 하다 보면 수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대금 지불과 관련한 소송들이 많다. 그런데 일반적인 판사들은 민법과 형법을 잘 알겠지만, 건축에 관한 법은 워낙 전문적이다 보니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기 힘들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법원감정인들이 보고서(감정서)를 쓰게 되고 판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판결을 내리게 된다. 

 

▲ 제19회 정기총회(2021.02)
▲ 제19회 정기총회(2021.02)

스스로 자신의 영역 늘려나가야

“저는 늘 회원들이나 제 주변 사람들에게 ‘융합’을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법원감정인의 경우는 건설이라는 전문적인 영역과 법이라는 또 다른 전문적인 영역을 융합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몹시 어려운 법 공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고시 공부를 하듯 육법전서를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필요한 부분에 대한 법적 지식만 갖추어도 얼마든지 기술사와 법의 영역을 서로 융합할 수 있습니다. 삼각형에서의 ‘경영’이라는 것도 결국 융합의 영역입니다. 과거에 월급쟁이로 살았다면 한 단계 더 높이면 곧바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경영도 융합해 낼 수가 있습니다.”

이런 융합에 이어 백 회장이 또 하나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친목과 교류’이다. 기술사든 기술사가 아니든 간에 ‘돈이 되는 모임’에만 나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백 회장은 자신의 능력을 사회 공헌한다는 생각으로 모임에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일과 돈이 함께 따라온다는 점이다. 바로 이렇게 융합-친목-교류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사들의 업역도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사 회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전해달라는 부탁에 백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제가 취임한 첫해에는 활발하게 활동을 했지만, 작년에는 많이 침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올해부터는 회복기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내년이면 결실을 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회장인 제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고, 회원 여러분들도 제일 앞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며 헤쳐나가는 저와 함께 기술사회의 미래를 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종건 회장은 “사람에게는 실력, 능력, 추진력이라는 3력(力)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실력과 능력을 기본으로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는 기술사회를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바람대로 기술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를 벗어 올해부터는 힘차게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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