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한방순대 명인 흥부네토종한방순대 양옥자 대표

명인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서 기술과 재주가 뛰어나 이름이 난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누구나 요리사는 될 수 있지만 명인이라는 타이틀은 쉽게 가질 수 없다. 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간 특정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 등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 속에서 따라오는 무수한 시행착오와 좌절을 맛보는 것은 기본이다. 흥부네토종한방순대 양옥자 대표 역시도 명인이 되기 전 무수한 힘든 과정을 거쳤다. 지난 3월 28일 한국문화예술명인회로부터 정식 명인으로 인정받은 그녀는 오로지 ‘한방순대’ 한 길만을 걸어왔다. 오직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이 지금의 결실을 가져다주었다고 믿고 있는 양옥자 대표로부터 그간 걸어온 길과 명인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 토종한방순대 명인 흥부네토종한방순대 양옥자 대표
▲ 토종한방순대 명인 흥부네토종한방순대 양옥자 대표

순대의 고장 예천에서 으뜸 ‘흥부네토종한방순대’

특정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그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는 특산물이나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으로 이름 난 경북 예천은 매년 ‘용궁순대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순대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다. 따라서 예천을 여행하면서 순대 한 점 안 먹고 가는 여행객이 없을 정도다. 

경북 예천 용궁면에 위치한 흥부네토종한방순대 역시도 예천을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맛집으로 정평 난 곳 중 하나다. 예천군으로부터 향토음식 메뉴개발 참여업소로 지정된 이곳은 관광객들과 지역민들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고 있는 곳으로, 지난 2003년 문을 열어 직접 만든 한방순대로 국밥, 전골, 양념볶음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순대를 잘 먹지 못 하거나 순대에 물린 지역민들을 위해 돼지머리고기, 쭈꾸미 볶음, 돼지석쇠불고기, 닭발석쇠구이, 막창석쇠구이, 모듬암뽕수육, 황태콩나물해장국 등을 내놓고 있다. 

흥부네토종한방순대는 각종 방송에도 몇 번이고 소개됐을 정도로 쫄깃하고, 고소한 순대 맛이 일품인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양옥자 대표의 정성어린 손맛까지 경험한다면 한 번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음식을 먹었다’는 느낌이 아닌 ‘음식을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양옥자 대표는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무수한 맛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소회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빈손으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명인 타이틀을 쥐게 된 것도 남편 도움이 컸어요. 남편이 정말 올바르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시어머니께 배운 재주로 장사를 하고 싶었는데 참 막막했었어요. 남편, 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하다가 장사가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 친구가 다음 날 5000만원 이라는 큰 돈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빌려줬어요. 남편을 보고 빌려준 것이었죠. 2~3년 안에 그것을 다 갚을 작정으로 열심히 한 길만 걸었는데, 결국 그 돈을 다 갚았어요. 그것이 우리 부부가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증거가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명인의 길’을 다져 준 남편과 시어머니

토종한방순대는 흥부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색 가득한 음식이다. 100% 돼지 막창만을 가지고 만들어 쫄깃한 식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12가지 채소와 한약재 등을 첨가해 특유의 돼지 누린내를 잡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돼지 막창은 소창이나 대창 등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대의 쫄깃한 식감을 손님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양옥자 대표와 남편에게는 가격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양옥자 대표를 명인으로 만들어 주고 예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급부상한 토종한방순대는 이냥저냥 탄생된 것이 아니다. 자녀들 앞으로 써야 하는 돈과 생활비 등 생계의 막막함 앞에 서 있던 차에 설상가상으로 2006년 한평생 일을 했던 남편(이두화)이 심장질환을 호소하기 시작하면서 막막함은 더욱 커졌다.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부부는 본격적으로 토종 한방 순대 연구를 시작했다. 

양옥자 대표의 손맛은 시어머니 황해옥 여사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녀는 어렵사리 시어머니에게 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을 했고, 시어머니는 따스한 눈길로 “내가 도와 줄테니 한 번 해보라”며 며느리를 응원했다.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의 조력과 응원에 천군만마를 얻은 장수가 된 양옥자 대표는 본격적으로 음식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예천군에 터를 잡고 음식장사를 하러 오는 업주들에게 흥부네토종한방순대부터 찾아 배우라고 권유할 정도가 됐다. 

“저희 시어머니 음식 솜씨가 정말 좋으십니다. 동네잔치가 있으면 요리사로 초대되실 정도로 뛰어난 손맛을 자랑하세요.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정정하게 음식을 잘 하십니다. 특히 제사 음식을 지금도 알아서 다 맡아 하시는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세요. 명인인 저조차도 제사 때는 어머니 뒤에서 소소하게 챙기는 정도죠.

 

‘과연 명인이 만든 음식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양옥자 대표는 남편과 자신을 두고 그야말로 ‘소처럼 일만 해왔다’고 소회했다. 20여년 가까이 가게 밖을 벗어나 본 적 없을 정도라고 말한 양옥자 대표 부부는 성실함을 최고의 자산이자 무기라고 여기고 있었다. 명인이 뭔지, 으뜸 향토 음식점이 뭔지 모르고 일평생을 순대에만 매달려온 양옥자 대표는 경북도와 예천군의 권유로 10년 전 일본에 벤치마킹 할 기회가 생겼고, 그곳에서 친절과 정갈함, 깔끔함이 음식점의 기본 모토가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명인으로의 길이 열렸다.

경북도 향토음식연구회에 들어간 양옥자 대표는 그곳에서 또 한 번 음식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됐고, 그녀의 열정을 눈여겨 본 지인으로부터 명인으로의 도전을 권유받고, 첫 신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인으로 선정됐다. 음식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을 여러 사람들에게 장기간 인정받고 있었던 것이 증명된 셈이다.

“명인이라는 이름이 정말 무겁습니다.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명인의 가게가 고작 이 정도 밖에 안 되나’라는 느낌보다 ‘명인의 가게는 확실히 뭔가 다르구나’라는 느낌을 안고 가시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손님이 식사를 다 안 하고 가면 ‘맛이 없었던 것일까?’하는 등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맛은 기본이고,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친절하려고 애쓰고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도 기울이고 있어요.”

명인으로 선정된 양옥자 대표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최근 그녀는 순대에 물릴 대로 물린 지역민들을 위해 ‘쭈꾸미볶음’을 개발해 내놓았다. 감칠맛 있게 매콤한 이곳의 쭈꾸미볶음은 한방순대와 마찬가지로 손님의 건강과 입맛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옥자 대표는 “저는 승부욕이 강해요. 한 번 시작한 것은 반드시 끝을 보는 성격이에요. 저희 가게의 김치도 제 손으로 담그는데 장사는 남의 입을 통해 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판단을 가지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의 노력과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에 제가 명인이 된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잘 되는 만큼 앞으로는 이웃을 돕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는 말로 희망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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