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확대 재정‧통화정책을 펼쳤다/사진 istock 제공
▲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확대 재정‧통화정책을 펼쳤다/사진 istock 제공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소비지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는 강하게 반등했다. 

봉쇄 조치가 완화될 때마다 수요는 빠르게 회복됐고, 소비자들이 코로나 사태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프라인 소비 감소는 온라인 소비 증대로 대체됐다. 외부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에 분출되는 현상을 뜻하는 ‘보복 소비’란 말이 일상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GDP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어느 정도 돌아갔다. 다만 세계 각국의 회복세는 결코 고르지 않다는 평균의 함정이 있다. GDP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도리어 상승한 중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유럽 등 세계 많은 국가에서 GDP가 상당히 감소했다. 그 중에 관광산업 비중이 큰 신흥국들의 타격은 크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대한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이전‧대출‧보증 정책은 기업과 가구의 재정 환경 악화를 막았고, 민간부문의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많은 국가에서 개인가처분소득은 증가했으며, 미국은 2021년 3월에 개인가처분소득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많은 국가에서 최근까지 정부의 재정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의 중앙은행은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통화완화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총 유동성 지표인 M3 통화량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천문학적인 재정 부양책으로 시작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은 전 세계적인 증시 폭등을 야기했다. 코로나 발생 직후 증시 폭락이 무색해질 정도이다. 

실제로 이 기간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하는 자산 거품이 일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와 Baa 등급 회사채의 금리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는 2021년 6월 28일 기준 188bp로서 역사적인 하단부에 머물렀다. 작은 신용 스프레드는 투자자들이 안전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됐고, 증시가 고공행진을 하는 기회를 틈타 비상장기업의 신규상장이 난립했다. 주식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상품, 암호화폐 등 대부분의 자산군에 걸쳐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안전 자산군이라던 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오르는 사이 홀로 내림세였기 때문에 채권은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니게 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회복세에 들고, 물가 상승폭이 커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채권 중 다수가 고정금리채권으로 은행 이자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액수만큼의 현금을 투자자에게 준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의 성장 전망이 전보다 커지더라도 그것을 반영하지 못한다. 고정금리채권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 이유다.

또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투자자는 채권에 투자해서 받은 현금으로 더 적은 수의 물건밖에 사지 못한다. 이 역시 채권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세계는 펜데믹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례없는 확대 재정‧통화정책에 힘입어 역사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이 전례 없는 실험의 끝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투자자뿐 아니라, 현재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이 거대한 실험의 실험자인 동시에 피실험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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