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결제은행(BIS)이 MARC를 통해 전 세계 50개 지역에서 가장 큰 500개 은행 중 360개를 평가한 결과, 은행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인해 코로나 사태가 산업 전반에 초래한 심각성에 비해서는 큰 손실을 면한 것으로 판단됐다/사진 BIS 제공
▲ 국제결제은행(BIS)이 MARC를 통해 전 세계 50개 지역에서 가장 큰 500개 은행 중 360개를 평가한 결과, 은행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인해 코로나 사태가 산업 전반에 초래한 심각성에 비해서는 큰 손실을 면한 것으로 판단됐다/사진 BIS 제공

코로나19는 실물경제에 뿐 아니라 은행 시스템에도 이례적인 위기였다.

그러나 전례 없는 전 세계적 경제활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강세를 보이면서도 은행 손실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번 코로나 사태 국면을 맞아 세계 유수의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및 시장조정위험가중자본비율(Market-adjusted risk-weighted capital ratio, MARC) 평가를 진행함으로써 은행들의 회복력을 분석했다.

MARC는 은행 회복력에 대한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장부가에 기반한 지표와 시장가에 기반한 지표를 서로 결합해 만든 위험 평가 지표이다.

장부가에 기반한 지표는 단기 급락과 같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시장가에 기반한 지표보다 탁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적으로 비관적인 시각을 갖게 돼 은행자산의 가치를 장부가보다 지나치게 낮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나 유럽의 부실 은행 사례에서처럼 시장가에 기반한 지표 역시 종종 우수한 위험 측정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이에 두 가지 위험 측정 지표를 결합해 기존 지표의 한계점을 개선한 것이 MARC이다.

전통적인 위험 측정 지표는 단순히 전체 위험가중자산 중 보통주자본(Common Equity Tier1, CET1)의 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구했다. 

반면 MARC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한 값과, 여기에 ‘장부가 대비 시장가 비율(Price to book ratio)’을 곱해서 나온 값 중 더 작은 값을 위험 측정 지표로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장부가 대비 시장가가 1보다 낮은 상황, 즉 은행자산에 대한 부실 우려로 시장 참여자들이 은행자산을 장부가보다 낮게 평가하는 상황에서는 MARC 값은 전통적인 위험 측정 방식으로 구한 값보다 작아진다.

반면 장부가 대비 시장가 비율이 1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MARC 값은 전통적인 위험 측정 방식으로 구한 값과 마찬가지로 보통주자본이 전체 위험가중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같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이 은행자산을 장부가보다 고평가하더라도 이를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지나친 낙관론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MARC는 시장 참여자들이 은행에 대해 갖는 부정적 관점은 평가에 반영하는 한편,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한 보다 객관적인 위험 평가 기준인 것이다.

BIS가 MARC를 통해 전 세계 50개 지역에서 가장 큰 500개 은행 중 360개를 평가한 결과, 은행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인해 코로나 사태가 산업 전반에 초래한 심각성에 비해서는 큰 손실을 면한 것으로 판단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급격한 경기 침체로 파산과 실업이 급증했고 은행들은 심각한 대출 손실을 겪었다. 손실과 신용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과 부채비율을 줄이는 방법으로 재무 상태를 회복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경제활동의 급격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오히려 부채비율을 줄이지 않고 대출을 증가시켰다. 이는 정부 정책에 의한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 코로나 사태 초기에 은행 자산의 시장가와 MARC는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현재는 회복 단계에 진입해 있다. 다만 MARC 값은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전통적인 위험 평가 방식으로 구한 값보다 낮게 유지돼왔으며, 이 격차는 지금까지도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 이전부터 은행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해 왔음을 시사한다/사진 BIS 제공
▲ 코로나 사태 초기에 은행 자산의 시장가와 MARC는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현재는 회복 단계에 진입해 있다. 다만 MARC 값은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전통적인 위험 평가 방식으로 구한 값보다 낮게 유지돼왔으며, 이 격차는 지금까지도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 이전부터 은행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해 왔음을 시사한다/사진 BIS 제공

더하여 은행자산의 시장가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은행 자산의 시장가는 급락했고, 결과적으로 MARC 역시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현재는 회복 단계에 진입해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은행자산을 더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책적 지원이 축소된다면 향후 잠재적 대출 부실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MARC 값이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전통적인 위험 평가 방식으로 구한 값보다 지나치게 낮게 유지돼왔다는 사실이다. 이 격차는 지금까지도 메워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 이전부터 은행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해 왔음을 시사한다.

은행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에 기반해 볼 때 여전히 그 저변에는 은행자산에 대한 의구심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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