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체 상속세 과세 대상자 8,357명 중 가업상속공제 건수⋯고작 75건 ‘0.9%’

▲ 국세청이 발표한 ‘2020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상속세 과세 대상자 8,357명 중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건수는 고작 75건으로 0.9%에 불과했다/사진 Allen&Company 제공
▲ 국세청이 발표한 ‘2020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상속세 과세 대상자 8,357명 중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건수는 고작 75건으로 0.9%에 불과했다/사진 Allen&Company 제공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창업 1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다음 세대로 기업을 승계해야 하는 중요 전환기에 놓여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 발표한 ‘중소기업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중소제조업의 CEO 평균연령은 53.9세로 50대가 43.9%를 차지했다. 중소제조업 기업연령은 평균 12.3년이었으며, 업력이 10년 미만인 기업은 전체 중 47.6%였다. 구체적으로는 중기업은 업력이 20년 이상인 기업 비중이 38.9%로 가장 많았던 데 반해, 소기업은 업력이 5~9년인 기업이 31.9%로 가장 많았다. 

중소서비스업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소서비스업의 CEO 평균연령은 51.9세로 50대가 36.8%를 차지했고, 기업연령 평균은 12.5년이었다. 업력이 10년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44.2%였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2019년 11월 발표한 '2019 중소기업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영속성 및 지속경영을 위해 가업승계가 '중요하다'라고 답변한 기업인은 66.8%였다. 그중 68.8%가 가장 주된 이유로 '창업주의 기업가정신 계승을 통한 기업의 지속발전 추구'를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실제 많은 중소기업인이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77.5%)와 '가업승계 관련 정부정책 부족'(49%)을 들었다. 가업승계 계획이 있는 기업 중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30%에 불과했으며,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기업은 25.8%로 전체 중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공제제도를 활용할 계획이 없는 이유로 '사후요건 이행이 까다로워 기업의 유지 및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25.8%), 사전요건을 충족시키기가 힘들어서'(19.5%) 순으로 대답했으며,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사후요건으로는 '근로자수 유지조건 완화'(75%)를, 사전요건으로는 '피상속인의 최대주주 지분율 완화'(59%)를 꼽았다. 

위의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부가 가업승계지원제도를 통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으나, 그 실효성은 매우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2020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상속세 과세 대상자 8,357명 중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건수는 고작 75건으로 0.9%에 불과했다.  

‘상속세 및 증여법’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고자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공제를 함으로써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산총액 5천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만 받을 수 있으며, 만약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3년간의 평균 매출액이 3천억 원을 넘어서게 되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또 공제 혜택을 받더라도 기업을 얼마나 잘 키웠는지보다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경영했느냐로 공제액의 한도가 달라진다는 문제도 있다. 가령, 피상속인의 경영 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10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최대 200억 원, 20년 이상 30년 미만이면 최대 300억 원, 30년 이상이면 최대 500억 원의 공제 한도가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식이다. 앞서 보고서에서 국내 중소기업 평균 업력이 12년 정도였음에 비춰볼 때, 업력 30년 이상에게만 제공되는 최대 500억 원의 공제 혜택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피상속인이 기업 경영 기간에 대한 요건을 만족했다 할지라도, 피상속인을 포함한 최대주주가 비상장기업은 50%, 상장기업은 30% 이상의 지분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사후 요건도 만족해야 한다. 설사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았다 하더라도 가업상속인이 상속개시 이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사후 의무 요건을 이행하지 않게 되면 상속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다른 사후 의무 요건으로는, 우선 사후관리 기간 7년 동안 상속인은 가업에 종사해야 하며, 지분이 감소해서는 안 된다. 상속 후 5년간 가업용 자산의 10%, 7년간 20% 이상을 처분해서도 안 되며, 1년 이상 가업을 휴업하거나 폐업해서도, 주 업종을 변경해서도 안 된다. 상속인 상당수가 가업을 승계받은 뒤 신사업에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상속 후 7년간 정규직 근로자 평균 인원이 상속 전 근로자 평균 인원의 100% 이상 또는 상속 후 7년간 총급여액 평균이 7년 후 기준총급여액 이상이 돼야 하고, 매년 정규직 근로자 평균 인원이 기준연도의 80% 이상 또는 매년 총급여액이 기준총급여액의 80% 이상이 돼야 한다.

이처럼 다양하고 까다로운 조건 탓에 가업상속공제가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높은 상속·증여세율로 흑자 상황임에도 폐업을 결정하거나, 한국M&A거래소 또는 사모펀드에 회사 매각을 의뢰하는 등 기업 영속성에 위협을 받고 있다. 또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된 기업도 존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계비속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인 5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인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이에 반해 OECD 평균 상속세율은 25%에 불과하다. 

해외 국가 다수는 오히려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투자 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는 인식 아래 기업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러 특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더불어 많은 국가에서 상속‧증여세를 폐지 및 축소하는 실정이며, 상속 시점에 추정되는 자본 이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자본 이득세를 도입하는 국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독일은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한국과 같지만, 직계비속 상속 때는 최고세율이 30%로 낮아진다. 또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가업승계에 공제 혜택을 준다. 아울러 최대 500억 원이라는 공제 한도를 설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상속 후 5년 이상을 유지하면 상속재산의 85%를, 7년 이상 가업을 유지하면 100% 공제하는 게 원칙이다. 

영국도 모든 기업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사후관리 요건도 없다. 일본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장려하고자 2018년부터 비상장 중소기업 소유주가 주식을 상속‧증여할 시 발생하는 상속세의 100%를 2027년까지 납부 유예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사후관리 기간을 줄이고 업종 유지조건을 없애는 등 공제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아울러 상속재산을 담보로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란 관점에서 보는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속은 욕심 많은 창업주가 그간 착취해 온 부를 자식에게 넘겨주는 비도덕적인 절차가 아니라, 기업이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 또 일자리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후대가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물려주는 과정이란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업승계로 인한 중장기적인 국가 기술 수준 향상과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는, 단기적인 금전적 시각으로만 보기에는 감히 환산하기 어려운 귀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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