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에너지 원료인 식물 재배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해당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사진 기후솔루션 제공
▲ 바이오에너지 원료인 식물 재배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해당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사진 기후솔루션 제공

농림 부산물‧유기성 폐기물 등을 열분해하거나 발효함으로써 얻는 에너지를 뜻하는 바이오에너지는 현재 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식물을 연소할 때 배출되는 탄소는 식물이 성장하면서 흡수했던 탄소를 다시 내놓는 것인 데다, 그대로 내버려 둬도 결국 자연 분해되며 똑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발전 시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원료인 식물 재배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해당 사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한경운동연합은 `착한 기름은 없다 :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 현황과 개선과제`라는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지난 18일 개최했다.

이들은 액체 바이오연료인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에 대한 국내외 정책 현황을 점검하고, 바이오연료 공급망에 내재한 문제점을 조명함으로써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우선 바이오디젤은 팜유 및 팜 부산물과 폐식용유를 주원료로 하며, 수송용 연료로 주로 사용된다. 바이오중유는 팜 부산물 및 바이오디젤 공정 과정에서 추출되는 부산물인 피치를 원재료로 하며,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독특한 에너지원으로 화력발전소에서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바이오에너지는 2019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총생산량 중 26.7%를 차지했고, 이 중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의 에너지 생산량이 28.6%를 차지하면서 37%인 목재펠릿의 바로 뒤를 이었다. 발전량 기준으로도 바이오에너지는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5%을 웃도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바이오연료의 생산량과 발전량이 많은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2015년부터 수송용 연료 공급자가 자동차용 경유에 일정 비율 이상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공급하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 의무화제도(RFS)'가 시행됨에 따라 그 생산량이 증가했다. 

바이오중유 역시 500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시행되면서 사용량이 늘었다. 

현재 대표적인 바이오중유 전환설비는 제주의 중부발전‧남부발전이 있으며, 이들은 국내 바이오중유의 75%가량을 소비한다.

문제는 바이오연료 원료로 사용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팜유가, 생산 과정에서 많은 환경 및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는 데 있다.

우선, 팜 나무 재배를 위한 경작지 확보 과정에서 생산국의 열대림 및 이탄지가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대림이나 이탄지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 저장고로 역할하는데, 특히 이탄지는 일반 산림의 18~28배에 달하는 대량의 탄소를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지형 파괴가 온실가스 급증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기후솔루션 김수진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이 액체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약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으며, 열대림 파괴로 생물다양성이 훼손됨에 따라 최소 193개의 멸종위기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서도 나와 있다.

토착민과 소작농 역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팜유의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유 플랜테이션은 토착민과 지역주민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토지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팜유 플랜테이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장시간 고위험 노동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화학물질로 인한 위협에 더해 관리자에 의한 성 착취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바이오에너지 원료 확보를 위해 기업의 해외농업, 산림자원 개발을 독려해왔다. 정부는 2011년 이후 7백억 원 규모의 융자를 인도네시아 팜유 플랜테이션 운영 기업에 지원했으나, 이들 기업은 앞서 언급한 대로 환경적‧사회적 문제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간담회 참여자들은 우리나라 정부가 기후, 환경,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기준을 확립하고, 에너지 원료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만 공적 자금 지원을 하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