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편리한 보조 도구로서의 로봇을 넘어서 삶을 바꾸는 믿음직한 동료가 되는 것이다. 현재 가장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배송 로봇 이외에도 서비스 로봇, 살균 로봇, 바리스타 로봇, 수술 로봇 등에 대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뒤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이 로봇들은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다줄 혁신 제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대중적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지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로봇이 필요한 기업들 역시 빠르게 각종 로봇을 도입할 계획에 있다.


 

▲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사진=sk텔레콤)
▲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사진=sk텔레콤)

산업 분야 곳곳의 로봇

과거 ‘로봇’이라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만 존재했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지능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그 로봇이 정말로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IoT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해 인간의 삶을 돕고 있다. 특히 비대면의 시대는 로봇 개발을 더 가속화했다.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두려운 시대에 로봇이 이러한 접촉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인공지능 로봇은 수많은 분야에서 개발, 응용되면서 빠르게 로봇 대중화 시대를 앞당겨 나가고 있다. 

우선 이동 및 배달 로봇은 한정된 공간에서 스스로 동력으로 움직여 재료나 원료, 물건을 분류하거나 배송하는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음식 배달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은 자율 배송 로봇이 아파트를 누비면서 음식과 상품을 배송하는 ‘딜리타워’ 서비스를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도 스스로 타고 내리는 것은 물론 사람이 많으면 다음에 타기도 한다. 이러한 로봇은 최근 더 발전해 차세대 배달 로봇 ‘딜리제트’로 진화하고 있다. 충격 흡수, 장애물 감지, 위치추적의 기능을 갖춘 이 로봇은 앞으로 라이더 대신에 음식을 배달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 이외에도 도미노 피자, 교촌치킨, 스타벅스코리아, 각 편의점 업체 등도 이러한 배달 로봇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며 교촌치킨의 경우 로봇이 직접 닭을 튀기기도 한다. 이러한 배달 로봇의 수요는 상당하다. 약 2025년경에 상용화가 될 것으로 보이며 2030년에는 전체 배송물량 처리 비중의 약 20%를 담당하고 시장 규모는 50조 원에 달할 예정이다. 또 배달은 지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드론을 통해서 공중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장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은 ‘협업 로봇’으로 불린다. 기존의 제조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로 변하면서 협업 로봇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2017년에 이미 협업 로봇 ‘HCR-5’를 발표했다. 공장에서 인간과 함께 물건을 제조하고 상품을 옮기는 로봇이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매년 60% 이상씩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런 로봇들은 원가 및 인건비 절감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제조업체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제조 과정의 전반적인 자동화 과정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이 매우 중요시되는 가운데 일병 ‘살균 로봇’도 점차 많아질 예정이다. 실제 모 로보틱스 기업은 최근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에 첨단 살균 로봇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로봇은 자율주행을 하면서 바닥표면과 공기 등을 살균하며 높은 천장까지 살균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2초 만에 99.9% 살균하는 뛰어난 기능이 있다. 

커피를 타는 ‘바리스타 로봇’도 출현했다. 지난 8월 초 전북 남원에 있는 항공우주천문대에 커피를 타 주는 로봇이 설치됐다. 이 로봇에는 미세한 센서들이 부착되어 있고 사람보다 더 정확한 비율로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또 커피 프랜차이즈인 ‘제우스’ 역시 각 매장을 무인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에피소드 마르코’라는 로봇을 설치했다. 고객이 앱과 키오스크를 통해서 주문하게 되면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내린 후 제공한다. 현재 인천을 비롯해 동탄, 부천 등에 무인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 협동로봇을 이용해 치킨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사진=교촌에프앤비)
▲ 협동로봇을 이용해 치킨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사진=교촌에프앤비)

 수술 돕는 로봇도

쓰레기 분리수거 분야에서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는 지난 2020년 목3동 스마트 도시재생 사업 지역 내에 ‘인공지능 분리수거 자원회수 로봇’ 3개를 설치했다. 아직은 초보적인 형태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쓰레기 분리에 있어서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현재 이 로봇은 캔과 페트병을 구분할 수 있으며 그 외의 물질은 투입을 거절한다. SK가스도 LPG 충전소에 재활용품 회수 로봇을 설치했다. 마찬가지로 페트병과 캔을 구분하고 재활용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구분한다. 

병원에서 하는 수술을 돕는 로봇도 있다. 수원의 윌스기념병원에서는 경기 남부 최초로 FDA 승인 인공관절 수술 로봇 ‘마코’를 도입했다. 이 로봇은 의사를 도와 수술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빠르고 신속하게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절개를 최소화해서 수술 후의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술은 매우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에 의사의 신체 상태와 피로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로봇은 절대 피로해지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인간 의사를 도와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로봇의 도움으로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척수 손상 환자들의 보행을 도울 수도 있다. 이러한 로봇 보조 치료는 해외에서는 오래되었지만, 국내에서의 인식은 다소 미미하고, 더욱 정교한 로봇이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실제 일산백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환자가 로봇을 통해서 보행 훈련을 하게 되면 보행 기능은 22배, 균형감각은 1.2배가 향상됐다고 한다. 

향후 ‘농사짓는 로봇’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 로봇공학 전문가인 거트 쿠트스트라 바헤닝언대 교수는 지난 9월 초에 개최된 글로벌 AI 콘퍼런스 ‘AWC 2021’의 토론에 참석, 앞으로는 로봇이 농사를 대신할 수도 있음을 알렸다. 작물을 인식하고 생장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손이 해낼 수 있는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사람은 전체적인 관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생산량과 생산의 질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각종 로봇의 개발과 상용화는 이제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게 된다. 대체로 단순 작업은 이제 거의 모두 로봇이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거대한 실업군의 형성을 예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예고했던 실업 대란이 현실화 될 수 있다. 로봇의 대중화는 최첨단 사회를 불러오겠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더욱이 아직까지 적지 않은 대중들이 로봇으로 인한 편리함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이것도 한번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없으면 불편해지는 정도’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초기에는 몇 명의 얼리어답터만이 스마트폰을 애용했지만, 이제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향후 바로 로봇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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