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알카에다와 밀월관계 유지 vs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 사이 줄타기?

▲ 탈레반이 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진입하면서 아프간의 실질적인 권력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에 아프간이 다시 한번 국제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이슬람 무장조직의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사진 AFP통신 제공
▲ 탈레반이 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진입하면서 아프간의 실질적인 권력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에 아프간이 다시 한번 국제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이슬람 무장조직의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사진 AFP통신 제공

탈레반이 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진입하면서 아프간의 실질적인 권력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에 아프간이 다시 한번 국제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이슬람 무장조직의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급진적인 테러 단체들에 은신처를 제공해온 탈레반의 행보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우려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또 국제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와 이슬람 국가(IS) 모두 아프간을 본인들 힘을 강화하고 테러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해 왔다는 측면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이러한 걱정을 배가시킨다. 

다만, 현재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이 향후 국내외적으로 어떤 노선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슬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 세계에서 이슬람교도에 의해 행해지는 ‘지하드’에서 탈레반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지하드란,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위해 이슬람교도에게 부과된 종교적 의무’라는 뜻으로 ‘성전’이라고 번역된다. 본래는 마음, 펜(논설), 지배, 무력 등의 여러 수단을 통해 의무를 이행한다는 의미이지만, 급진적 이슬람 무장조직들이 게릴라전이나 테러 활동을 자행할 때 '지하드'란 용어를 기치로 내걸면서 점차 폭력, 선동의 이미지가 부각됐다. 

이번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대표적인 극단적 이슬람 무장조직인 알카에다와 IS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어떨까?

우선, 알카에다에게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불신자를 물리치고 신도들에게 승리를 선사하겠다는 신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IS에게 이번 사건은 승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탈레반이 미국과 한통속이 돼 벌인 배교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IS는 본래 알카에다의 이라크 하부조직으로 출발했다. 2003년부터 이라크에서 각종 테러 활동을 벌이다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터진 뒤로는 시리아로 거점을 옮기고 정부군에 대항하는 반군으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세력을 급격히 확장한 IS는 2014년 6월 시리아 북부에서부터 이라크 동부에 걸쳐 이슬람 지도자 칼리프가 통치하는 독립 국가를 창설한다고 천명함으로써 세계무대에 IS란 명칭으로 공식 출범했다. 

IS의 이러한 선언은 알카에다를 비롯해 다른 모든 지하드 조직이 합법적이지 않다고 포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시 유전, 댐 등 기반시설을 확보한 데 이어 이슬람 수니파 부호들의 막대한 자금 지원까지 등에 업은 IS의 조직 동원력이나 군사력은 이전의 다른 테러조직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제사회에 큰 위협이 됐다.

이와는 달리, IS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알카에다는 좀 더 온건하고 실용적인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왔다. IS가 다른 이슬람교도를 배교자로 몰아 또 다른 지하드의 대상으로 삼는 관행인 ‘탁피르’에 있어서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알카에다는 이를 훨씬 더 절제해왔고, 이슬람 내부 여론에 호소하는 등 보다 온건적인 방식을 취하고자 힘썼다.

또 알카에다는 이미 오래전부터 탈레반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아프간을 통치하기 시작했는데, 한때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인 물라(스승) 오마르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의 지도자’라고 존경을 표할 정도로 두 세력은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탈레반의 보호와 지원 속에 알카에다 세력은 본격적으로 커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001년 탈레반이 비호하던 빈 라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고, 이에 미국은 배후자로 지목된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탈레반 정권에 요청했으나 탈레반 정권이 이를 거부하자, 결국 아프간에 보복공격을 가하면서 2001년 11월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축출됐다.

그러나 탈레반이 정권을 잃은 뒤로도 알카에다는 탈레반을 향한 충성심을 잃지 않았다. 빈 라덴의 후계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여전히 탈레반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했으며, 알카에다의 선전물에서는 탈레반의 공식 명칭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을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칼리프의 예상 거주지로, 탈레반의 지도자를 준 칼리프로 묘사할 정도였다. 

더불어 알카에다는 2014년 회보를 통해 "신도들의 사령관, 지하드 전사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에게 바야(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이슬람 용어) 갱신"을 발표하면서, "알카에다와 모든 지역 지부는 그의 병사들"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또 알 자와히리는 탈레반을 1924년 오스만 칼리프가 몰락한 이래 '최초의 합법적인 토후국'이라고 묘사하면서, 다음 탈레반 지도자인 물라 아크타르 무하마드 만수르와 물라 하이바툴라 아크훈자다에게도 알카에다 전체를 대표해 차례로 2015년과 2016년 바야를 공개 천명했다. 이러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에, 알카에다에게 이번 탈레반의 아프간 탈환은 장대한 승리이자 영광스러운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상기 언급한 내용은 지난 2020년 2월 29일 미국과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최종 서명한 '도하 합의'의 내용과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합의문에 따르면 탈레반은 앞으로 알카에다 및 유사단체를 지원하지 않으며,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미국과 그 동맹국을 공격하는 활동 무대로서 아프간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과 나토군을 14개월 내로 모두 철수시키기로 했다. 

얼핏 봐도 알카에다에게 불리한 도하 합의였지만, 이로 인해 탈레반에 대한 알카에다 지도부의 충성심이 떨어지진 않았다. 알카에다는 도하 합의 바로 다음 달인 2020년 3월, 예정된 미군 철수에 대해 탈레반 측에 오히려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도하 합의를 "역사적으로 위대한 승리"라고 환영하며, 전 세계 이슬람교도에게 지하드에 대한 탈레반의 헌신을 본보기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알카에다가 탈레반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동안, IS는 반대로 탈레반을 신랄하게 비난해왔다. IS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미 오래전부터 ‘종교적 순수성’을 상실했으며, 이는 2013년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였던 물라 오마르가 사망한 이후 특히 심해졌다. 그때부터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을 무시하고, 소수 시아파 국가들에 더 관대해졌으며, ‘배교도’인 카타르를 포함한 이교도 국가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또 IS는 칼리프를 재건했다는 자신들의 주장과, 이란 북동부,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을 아우르는 역사적 지명인 호라산(Khorasan) 지역을 복원하려는 자신들의 노력에 대해 탈레반이 부정하고 있는 것을 이유 삼아 탈레반을 비난했다. 이처럼 IS와 탈레반은 호라산 지역에서 계속해서 마찰을 빚어왔으며, 심지어 몇 번은 미군이 탈레반에 항공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IS로서는 탈레반을 미국과 한통속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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