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당대회인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당시 시진핑 국가 주석은 무려 3시간 24분에 걸친 연설을 했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은 ‘2050년까지 중국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그간 급속한 경제 발전에 힘입은 중국은 본격적으로 미국까지 제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2022년 현재, 중국의 이러한 야심 찬 목표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안타깝게도 중국은 현재 과도한 부채와 국제적인 고립, 그리고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저성장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다수의 전문가들은 ‘곧 중국이 미국 경제를 따라잡을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전망이 머쓱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세계 패권 국가로의 진입을 위한 중국의 꿈은 과연 여기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과도한 부채, 악재의 연속

그간 중국의 경제 성장은 전 세계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100년간 그 어떤 나라도 미국 경제 규모의 60%를 따라잡은 적은 없었다. 심지어 과거 부강한 나라였던 일본과 독일이라는 두 나라를 합쳐도 그 60%를 넘기는 힘들었다. 그 정도로 미국 경제는 막강했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여기에 균열을 일으킨 나라가 바로 중국이었다. 지난 2014년, 중국은 이미 미국 경제 규모의 60%를 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구매력 평가’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는 이미 미국 경제를 추월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즈음 되면 ‘미국을 제치는 세계 제1의 패권국가’라는 중국의 꿈이 그리 과장된 것만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전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자 무역국이다. 이 말은 곧 다른 많은 나라들이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는 자국 경제를 제대로 도모해나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나라들이 중국에게 줄을 섰고, 중국은 이러한 막대한 경제적, 외교적 힘으로 패권을 추구했다. 특히 중국은 자신들의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잇는 기축통화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만약 이 상태가 된다면 중국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강한 힘을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시작됐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과도한 부채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회복 과정에서 중국의 부채가 급증하게 됐고, 이것이 중국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만약 과도한 부채가 계속될 경우 경제적 운용이 힘든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을 겪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과도한 부채가 유발한 유동성 위기였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인구의 감소이다. 이제까지 중국은 소위 ‘인해전술’이라는 측면에서 막강한 인구가 경제력을 뒷받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만 해도 출생인구는 1,786만 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1,062명으로 줄어들었다. 그간 있었던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 추세이다. 이에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경제활동인구가 지금의 9억이 넘는 인구에서, 2050년까지 최소 6억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내수 시장의 활성화가 약화된다는 점에서 경제에서는 악재에 해당한다. 

▲ 중국 헝다그룹
▲ 중국 헝다그룹

40년 이래 가장 큰 경제 위기

무엇보다 최근의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중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2022년 2월 7일, 스탠포드대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중국은 현재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례로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중의 하나인 ‘헝다’가 사실상 파산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로서 중국 인민들이 시진핑 정부에 대해서 더 이상의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며, 그 결과 잠재되었던 다양한 리스크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또한 미국의 언론들은 이러한 침체의 결과, 중국에 갑작스러운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저상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뉴욕타임즈는 현재 중국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수요 감소와 부채 증가가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면서 시 주석은 40년 전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의 궁지에서 나라를 구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경제적 난관에 직면했다.”

이러한 위기는 중국의 폐업 기업 수에 의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2019년 중국에서 폐업한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숫자는 240만 개였지만, 2021년에는 무려 430만 개를 넘어섰다. 이는 중국 경제의 하부 구조가 얼마나 취약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 경제의 심각성은 중국 내부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중국 정부 고문으로 활동하는 리다오쿠이(李稻葵) 중국 칭화대 경제사상실천연구원장은 “앞으로의 5년은 지난 40년간의 시기 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라고 발언한 바가 있다. 

중국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드리우다 보니 최근 중국 내부에서도 시진핑에 대한 저격 글이 유포되고 있다. ‘방주와 중국’이라는 필명으로 쓰여진 이 글은 총 4만자 분량으로 시진핑 정부를 적나라하게 직격하고 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중국이 ‘세계의 적’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시진핑은 민중들에게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려 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적개심만 불러일으켰고, 이는 성급한 민족주의로 시진핑과 세계의 갈등은 ’감정싸움‘ 양상이 됐다.’

결국 이제까지 중국이 꾸었던 ‘중국몽’이 현실적으로는 ‘중국의 악몽’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무역 마찰과 문화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영토분쟁에서 과격한 노선을 멈추지 않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글이다. 

중국에 대한 내부적인 비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트위터에서는 과거에도 계속적으로 시진핑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그때마다 공안은 글 쓴 사람을 전격적으로 체포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글을 올린 사람들의 트위터가 그리 영향력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팔로워 27명에 불과한 사람을 붙잡아 1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중국 당국이 어느 정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새로운 변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현재 세 번째 연임을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영구집권’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이 이제까지 추진해왔던 각종 정책을 순식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이러한 경제적인 상황, 국제적인 고립은 중국의 앞날을 매우 어둡게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