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는 이제 윤석열 정권의 인수위원장이 되었다. 그는 이제까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권력의 핵심으로 들어갔으며, 새로운 정부의 출발을 진두지휘하는 선봉장이 되었다. 분명 안철수 개인으로서는 큰 성공이며 영광일지 모르겠지만, 대선 과정에서 그가 잃은 것은 너무도 많다. ‘또 안철수에게 속았다’는 국민적 항의가 빗발쳤고 이제까지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었던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과는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호남에서 안철수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위원장은 자신이 이제껏 쌓아왔던 정치적 기반을 거의 모두 불태우면서 여권으로 투신한 셈이다. 이제 그는 혈혈단신 스스로의 정치적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정치 행보의 시험대 올라

20대 대통령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월 3일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안철수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그의 선택은 많은 국민에게 회자될 수밖에 없었고, 특히 지지자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그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끝까지 소신과 철학을 지켜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철두철미한 소신이었던 ‘다당제’를 일순간에 포기해버리고 국민의당과 합당까지 선언한 것은 이제까지 그가 해왔던 정치 이력 전체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자신의 영달을 위해 다당제를 내팽개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지지기반은 물론이고 자신의 충실했던 정치적 동반자였던 권은희 의원을 잃었다는 점도 뼈아픈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권 의원은 안 위원장의 수족과 같은 활동을 해왔으며, 늘 언론에서도 안철수 위원장을 옹호해왔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후보 단일화조차 권 의원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권은희 의원은 ‘제명해달라’며 결별을 선언했다. 권 의원은 “2016 국민의당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호남에서 이제 겨우 마음의 문을 열어주셨는데 또다시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 국민의당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서 국민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호남에서는 이제 더 이상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를 가지기는 힘든 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안철수의 새 정치는 죽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안 위원장은 2016년 총선에서 무려 38석을 얻는 기적을 경험했다. 만약 당시 호남의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호남인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안철수 위원장이 주장했던 ‘다당제의 효용성’에 대해서 새로운 희망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어쨌든 안철수 위원장은 새로운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이에 강한 열정을 보이지만, 문제는 안 위원장이 윤석열 공약의 거품을 빼야 하는 일종의 악역을 맡았다는 점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에 대해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 정책으로 실현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이 나왔다”는 언급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유권자에게는 의아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선거라는 것이 결국에는 공약을 보고 선택을 하는 것인데, 당선 후에 ‘공약이 다 지켜지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래부터 밝혀왔던 소신과 충돌되는 지점을 어떻게 해소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후보 당시에도 윤 후보와 안 후보의 공약에서는 다소 차이가 나는 지점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이제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 안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 부분에서 정치적 입장을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서 그에 대한 대중의 평가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이제 안철수 위원장을 두고 ‘국정 운영 능력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2년 처음 대선에 출마하면서 수많은 정책을 발표해온 그가 과연 실제 정치 현장에서 그 정책을 어느 정도 잘 수행해나가는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초대 총리’의 자리를 꿰찰 것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인수위원장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해 내느냐에 따라서 향후 그의 행보가 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실제로 총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길게 가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만약 안철수 위원장이 이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그의 입지는 급속도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과연 현재 ‘윤핵관’이라는 윤석열 당선인 주변의 정치적 기득권 세력이 과연 안철수 위원장을 제대로 품고 인내심을 가져줄 것이냐도 의문이다. 따라서 집권 초반기에서는 안 위원장의 얼굴을 세워준다고는 하지만, 중반기와 후반기로 갈수록 안철수 위원장에 대한 거리감이 더욱 생길 수 있는 우려도 있다. 

또 하나의 우려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여부이다. 이 문제는 이미 과거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 큰 마찰을 빚고 결국에는 결렬이 된 바 있다. 물론 지금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전격적으로 합당이 될 경우에는 이제 국민의당은 한국 정치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 된다. 특히 안철수 위원장이 이미 ‘당명 변경’에 대해서는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합당은 매우 순조로울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제 한국에서 다당제의 실험은 완전히 끝난다는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나마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의해 다당제의 필요성과 현실성이 강조되었지만, 결국에는 거대 양당체제에 흡수되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필요성과 현실성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당과 안철수 위원장의 정치 행보에서 또 하나 불거질 문제가 바로 이준석 당 대표와의 관계이다. 이제까지 이준석 대표는 안 위원장에 대해 조롱과 막말에 가까운 언행들을 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당의 운영과 당·정·청의 순조로운 협력이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꽤 크다. 더구나 이준석 대표 역시 정치적 야심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를 유력한 정치인으로 키워줄 가능성도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안철수 위원장의 정치 인생은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 끝은 아닐 것이다. 차기, 혹은 차차기를 노리면서 대권에 출마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이러한 희망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물론 앞으로 5년, 10년이 넘는 기간이 남아서 예상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다당제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야합했다’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의 행보는 마치 주홍글씨처럼 그에게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그에게는 매우 치명적일 수가 있다. 정치는 곧 명분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것을 잃었다는 평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 안 위원장이 총리나 기타 중요한 직책에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낸다면 또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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