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났지만, 선거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선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정신과 의사의 조언이 뉴스에 등장할 정도다. 이재명 후보가 근소하게 떨어졌다는 점에서 80만 표를 얻었던 심상정 후보에 대한 강한 비판과 질타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일명 ‘흑화(黑化)’ 현상도 생기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라가 망하기를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꼭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에 가입하는 20~30대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관련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도 후폭풍에서 완전히 비껴가지는 못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대통령 선거 후폭풍을 알아본다. 

 

5년간 한번 실컷 당해봐라?

이번 대선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단 0.73% 차이로 대통령이 선택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그 후폭풍에서도 ‘역대급’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실제 표 차이로는 25만 표에 불과하다. 이러한 결과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허탈과 절망을 넘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는 2~3일간 울면서 지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또 어떤 이는 윤석열 후보 당선 직후 TV를 켜지 못하기도 했다. 뉴스와 거의 차단되는 생활을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후폭풍이 바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흑화(黑化) 현상이다. ‘흑화’란 사전적으로는 ‘검게 변한다’라는 의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나쁘게 변한다’라는 의미이다. 영화에서 처음에는 긍정적인 캐릭터가 후반으로 갈수록 악인으로 변화되는 현상에서 기인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흑화 현상은 ‘앞으로 5년 동안 어디 잘하나 보자’라는 관전의 자세에서 ‘나라 망하는 꼴을 즐기자’라는 식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윤석열 후보가 내세운 120시간 노동, 사드 배치, 여가부 폐지 등이 몰고 올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이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는 윤 후보를 찍은 20~30대 남성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런 흑화 현상이 가능한 것은 민주당 후보들이 대체로 40~50대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어느 정도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시대’에 큰 피해가 없다는 점이 감안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20~30대를 향해 ‘너희들이 뽑은 대통령이니 한번 실컷 당해봐라’라는 마음이 강하다. 심지어 ‘앞으로 5년을 무정부 상태라고 여기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혼란과 부정적인 한국 사회의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정의당에 대한 원망도 후폭풍 중의 하나이다. 심상정 후보는 2.4% 득표율로 총 80만 표를 받았다. 윤 후보와 이 후보의 표 차가 25만 표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정의당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상정 후보가 얻은 80만 표 중에 절반인 40만 표만 이재명 후보에게 갔어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지지자는 ‘같은 진보 진영’이라고 생각했던 심상정 후보가 끝까지 대선을 완수하면서 표가 갈라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의당의 80만 표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그렇다고 선거비를 보전받는 것도 아니고, 유의미한 직책에 앉을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는 정의당 때문에 졌다’라는 신념이 강하다. 물론 정의당 측면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민주당 2중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으며, 자신들은 자신의 노선이 있으니 민주당과는 다른 정체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다수의 정의당 지지자들이 ‘손발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라는 토로를 하기도 한다. 물론 각자의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이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정의당은 더 이상 그 어떤 지지도 할 수 없는 정당이 되어버렸다. 그런 점에서 이제 정의당은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성찰 속에서 자신만의 독자 노선을 새롭게 정립하는 큰 숙제를 떠안았다고 볼 수 있다. 

 

젊은 여성들, 대깨문 보다 강한 이재명 지지

하지만 모든 민주당 지지자들이 절망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열풍’이 불고 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20~30대 여성 커뮤니티인 ‘더쿠’가 가장 대표적이다. 여기에서 이재명 전 후보의 인기는 아이돌을 능가한다. 보통 아이돌이 처음 가요시장에 등장할 때부터 잘 키워서 끝내 스타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의 패턴이다. 바로 여기에 기존의 아이돌에 ‘이재명’이 추가되면서 젊은 여성들은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는 그간 이재명 후보에 대해 오해했던 자신들의 반성이 담겨 있다. 저간의 속사정은 잘 모른 채 ‘전과 4범’, ‘형수 쌍욕’, ‘대장동 파문’으로 인해 이재명을 혐오했었다는 뼈아픈 후회가 담겨 있다. 막상 대통령 선거 막판에 보게 된 이재명 후보의 절절한 연설과 그로 인해 그간의 오해가 풀리면서 20~30대 여성들은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강하게 뭉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단결의 강도가 기존의 ‘대깨문’은 저리 가라는 정도이다. 거기다가 가성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답게 이재명 지지에 대한 가성비도 따진다. 이제까지 수많은 아이돌을 지지했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의 삶을 바꿔주지는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재명을 지지하면 내 삶이 바뀐다’라는 식의 가성비 계산을 통해서 그 지지의 강도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대 국내 정치사에 등장한 최초의 지지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대체로 20~30대 여성은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을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정치인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며, 그 지지 기반 역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라고 해서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것은 아니다. 대선이 끝난 후 지난 3월 18일에는 본격적인 ‘이준석 탄핵 집회’가 시작됐다. 유튜브 ‘신의 한수’를 중심으로 전개된 이 집회에서는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오갔다. 대체적인 주장의 요지는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기지 못하고 단 0.73%의 차이로 이기게 된 것은 이준석 대표 때문이다’라는 점이다.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와 끊임없이 충돌했으며, ‘호남 지지율 30%’, ‘세대 포위론’ 등의 잘못된 선거 전략을 구사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향후 이준석 탄핵 집회를 꾸준히 열어가면서 당에 새로운 변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새로운 5년의 시대가 열렸다. 선거 기간 중 누구를 선택했든 간에 이제는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보며 응원을 해야 할 때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민주주의란, 임기 중의 정책과 행보를 주기적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