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예고되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 여파로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제롬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의 최고 책무로서 고용시장 안정 목표를 최대치까지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은 유효했고,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했다. 미 경제는 코로나 충격과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

▲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연속 빅스텝 밟을 수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까지는 시장의 예상 범위 안이었다. 그러나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1회 이상 할 수 있다는 발언은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시장은 다음 달 3~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과 대차대조표 축소 결정이 나올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달 초 공개된 Fed의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빅스텝이었다. 지난 FOMC 회의가 열리기 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Fed가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다. 하지만 결국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자 시장은 안도했다.

그러나 당시 회의 참석자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빅스텝을 유력하게 검토했다는 사실이 의사록에서 밝혀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만 아니었다면 지난달 미 기준금리가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연 0.5~0.75%로 상승했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연 0.25~0.5%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빅스텝 가능성은 78.8%다. 그렇다면 제로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한 지 두 달 만에 연 1%대 기준금리에 다가서게 된다. Fed의 빅스텝은 2000년 이후 22년 동안 없었다. 또한 참석자 대부분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한 번 이상’의 빅스텝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아 연속 빅스텝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참석자들이 중립금리 수준인 연 2.4%까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서다.

긴축 결정, 미 경제 불황 위험 높일 것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연속 빅스텝 가능성도 점쳤다. 월가에서는 Fed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나스닥지수가 전날보다 2.22% 떨어지는 등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이어 지난 7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1.43%,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69% 하락 마감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약세였다.

Fed가 최우선 과제인 인플레이션 잡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많다.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9% 급등하며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 기록을 세웠다. FOMC 회의 참석자들은 대차대조표 축소의 월 상한선을 950억 달러로 하자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미 국채 600억 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350억 달러 등이다. 1년이면 최대 1조 1400억 달러이상의 자산을 덜어내겠다는 의미다. 보유한 국채와 MBS의 만기가 도래하면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을 쓰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Fed는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와 MBS를 매달 1200억 달러씩 매입했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매입액을 줄여 왔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Fed가 장기간 과다하게 자산 매입에 나서 시중 유동성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비판 여론도 일었다.

Fed의 급격한 노선 선회가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제이 하트필드 인프라캐피털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의 대규모 긴축 결정은 다소 경솔하다고 생각한다”며 “미 경제의 불황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를 대로 오른 집값에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꺾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은 1.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0.25%포인트 수준의 점진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가정하면 올해 남은 6번의 FOMC회의에서 모두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코로나19, 대형 면적 주택 선호 주택 수요

실제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미국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이날부터 대출 기본금리를 기존 3.25%에서 3.5%로 일제히 올렸다. 모기지론 외에도 신용카드와 오토론 등의 금리가 오름세를 탈 전망이다.

아울러 급격하게 오른 집값도 문제다. 2019년 5월쯤만 해도 “미국 주택 평균 가격은 현재보다 26% 낮은 27만 7000달러였다”는 것이다. 집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이자부담까지 커지면 주택 구매가 어려울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예상보다 수요가 덜 감소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영향이다. 전미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공급량 부족이 이어지며 1월 분양 주택 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 지난해 미국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는 저금리가 한몫했다. WSJ는 “낮은 모기지 금리가 수요를 부추긴 데다가 시장에 주택 매물이 비정상적으로 적어 집값이 급등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 면적 주택에 대한 선호가 강해진 점도 주택 수요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미 최대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그룹이 산출한 미국 평균 주택 가격은 2021년 한 해 동안 19.6% 급등해 지난해 미국의 중위소득 노동자들의 소득 5만 달러(약 6065만원)를 살짝 상회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전국 평균 주택 가격 상승폭이 세전 중위 근로소득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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