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로서의 보너스 인생, 현장 경험을 아낌없이 제자들에게 쏟겠습니다”

[데일리뉴스=정하연 기자]

지난 10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2022년 세계 표준의 날 기념 및 계량측정산업 발전 유공’ 기념식에서 목포대학교 공대 전기 및 제어공학과 김동섭 교수가 홍조근조훈장을 수훈했다. 이날 행사는 국제, 국가, 단체표준 등 표준화 활동을 통해 표준 및 인증 활성화 및 산업 경쟁력 제고에 공헌한 사람, 혹은 이를 연구개발이나 생산성 향상 등에 활용해 관련 분야에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자에 대한 공로를 격려하는 자리이다. 특히 ‘홍조근조훈장’은 15년 이상 표준화 분야에서 공적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장관표창 3년 이상, 대통령 및 총리표장 5년 이상 보다 훨씬 더 많은 공로를 인정받는다고 볼 수 있다. 김동섭 교수는 지난 35년간이나 한국전력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최근 목표대학교 교수로 부임해 전기 및 제어공학에 대해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현장 경험 살려 제자 양성하고파

김동섭 교수는 한전에서 근무할 당시 ‘표준화 업무’에 모든 것을 다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력에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 처·실장 및 경영진(1985~2020)을 거쳐 CIRED 한국위원회 위원장(2019~2021), IEC 시장전략이사회(MSB) 위원(2017~현재), 스마트그리드표준화포럼 위원장(2021~현재)에 이르면서 표준화 업무를 주도해왔다. 

그가 근무했던 한국전력은 국내 유일의 전력회사로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통해 전체 산업계를 지탱하는 주요 공공기관이다. 그는 이곳에서 30여년간 근무하면서 전력기술의 선제적인 표준화를 위해 미래 핵심기술 확보 및 상용화, 기술사업화, 기자재 국산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전이 세계 최고의 전기품질을 갖춘 ‘글로벌 탑 유틸리티(Global Top Utility)’가 되는 것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앞선 언급했던 공로 이외에도 아프리카에 최초로 진출하는 등 해외 기술 컨설팅 사업을 통해 해외 수출을 확대하면서 국가 전력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우선 김 교수에게 이번 수훈에 대한 소감부터 물어보았다. 

“이번 수상은 ‘양자 IT’를 제안해 국내 최초로 IEC 백서에 선정 및 발간했고 이를 통해 양자기술 표준화평가그룹(SEG) 신설 등 한국 주도 국제 표준화 기틀을 마련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한국전력에 근무하면서 최초로 무정전 공법 개발, 전력용 스마트미터 사용화, 미터링 칩(Metering Chip) 표준화, 계량분야 해외사업 진출 등 국가 전력 기술자립을 선도해왔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현장을 떠나 강단으로 왔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더 많은 표준화에 대한 꿈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보통 60세가 넘으면 은퇴하는데 저는 다행히 학교로 와서 교수로서 보너스 인생을 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동안 한전에서의 경험을 학생들한테 맘껏 주고싶습니다.”

교수로 부임된 이후 초기에는 강의를 준비하느라 힘든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수업준비도 매우 노련해졌으며 학부와 대학원강의까지 주 12시간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창업과 진학학생들을 위한 가이드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또한 더 질적으로 수준 높은 학문을 위해 지역 사업가들과 분기에 한번씩 만나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을 듣고 학업에 반영하려고 한다. 바로 이런 방식이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융합형 학습’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CIO 100 Award’ 수상

그는 무엇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학자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교육철학이 매우 확고하다. 

“제가 한전에서 퇴사할 즈음, 원했다면 동종의 공기업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론 중심을 하는 학교 교육을 바꾸기 위한 의무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전력은 표준화에 매우 강한 기업입니다. 제조업체들이 국내 및 수출이 가능하도록 외국의 표준화도 맞춰야 해서 한전은 국내표준이 되는 일을 하고 국산화률 역시 제일 높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저의 능력들이 현장의 학업에 많이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원래 목포대 전기 및 제어공학과는 제어로봇공학과 전기과가 합해져서 만들어졌다. 다만 학생들이 한전 입사를 위해 공부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전기쪽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김동섭 교수가 한국 최초로 성사시킨 ‘2020년 MSB 미래기술 백서 주제 선정’은 국내 산학연 전문가들에게 양자분야의 기술 국제 표준화 주도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관련 국가 산업발전의 초석을 다지게 한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그는 한국 전문가들 중심의 백서 발간(2021) 이후 다양한 그룹에서 국제표준화 활동 주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양한 수상실적과 정부포상을 자랑한다. 가장 대표적인 수상이 바로 ‘CIO 100 Award’이다. 이 상은 IDG(International Data Group)에서 IT활용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에서 수여하는 것으로 한전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수상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빅데이터와 AI를 통합 지원하는 에너지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정책 수립, 시스템 상호 운용성 기술 라이드 라인 제정 및 이에 기반한 단계별 사업추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동섭 교수는 그간 국내 수출 규모의 확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과거 리비아 배전계통 운영 신뢰도 향상을 위한 기술용역 765만 불을 기록했으며 베트남, 중국, 이집트 배전 자동화 및 전략 IT시스템 구축, 파라과이, 인도, 우크라이나 전력 계통망 개선 컨설팅 사업을 수행해 국위를 선양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새로운 케이블 진단방식인 VLF 기술을 도입해 지중설비 운영 및 분석 수준을 향상하고 케이블 고장율을 29%로 낮추면서 케이블 교체 투자비를 연 140억 원이나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행히 연구 성과가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IEEE 저널에 게재되어서 학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 교수는 또 국내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는 ‘RE3020’ 이행계획 주도를 위해 전력계통에 재생 에너지 연계용량을 20% 상향, 수용능력 확대와 함께 2030년까지 7,315억 원의 투자비를 절감했다. 무엇보다 세계 유일의 배전분야 국제협력기구인 국제배전망협의회(CIRED) 한국 위원회의 정회원국 승격으로 총회 의결권, 주제 제안 및 결정, WG 제안권을 갖게 됐고 이를 통해 한국 기술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올렸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신속한 국제정보 취득, 국내 기자재 품질 및 안전수준 향상, 제조사 및 시공사의 해외 진출 견인 등 산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학생들이 ‘평생직업’ 얻었으면

이러한 큰 공적을 인정받은 김동섭 교수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교수로 남고 싶은지, 그리고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했다. 

“지도교수는 아버지와 같고 학문적인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수와 제자 간에 더 돈독한 관계를 통해서 학생들이 더 훌륭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요즈음은 진학보다 취업생각을 많이합니다. 그래서 학교 실험실습도 많이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아서 ‘평생직장’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평생직업’을 얻기 위해서 노력했으면 합니다. 예전엔 평생직장이란 생각으로 입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직장은 옮길 수 있으니 2~3번 정도 옮기면서도 같은 일을 하고 실력을 쌓고 업그레이드해 업계의 최고가 되면 스타웃도 들어오고 평생직업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35년간 현장에서 한 경험을 토대로 지금은 강단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김동섭 교수. 앞으로 펼쳐질 4차산업혁명에서는 바로 이러한 교수이자 스승이 대한민국의 기술 미래를 앞당겨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남은 임기에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전진하는 자세로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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