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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산업

조선업 AI 1.4조원의 핵심은 ‘데이터 연결’…설계부터 로봇·자율운항까지 잇는다

2030년까지 목포·영암 5960억원, 거제·부산 5000억원, 군산 3100억원 규모 민관 프로젝트 추진 대형 조선사의 설계·생산정보를 기자재기업 자동화 설비까지 연결…자율운항에는 500TB 이상 운항데이터 활용 대형 조선사 스마트야드에서 중소조선·기자재 공급망으로 AI 전환 범위 확대

국내 조선업의 인공지능 전환이 대형 조선소 내부의 스마트야드를 넘어 중소조선사와 기자재기업까지 확대된다. 산업통상부와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목포·영암, 거제·부산, 군산에서 민관 합계 1조4000억원+α 규모의 3대 조선 M.AX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설계와 생산정보를 협력사의 자동화 설비와 로봇에 연결하고, 블록 조립과 물류, 의장품 생산 등 실제 제조공정에 AI와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사업은 국내 대형 조선사에 처음 스마트조선소를 구축하는 계획과는 성격이 다르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 등은 이미 디지털트윈과 설계·생산 데이터 통합,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자체 사업장에 도입해왔다. 정부 역시 대형 조선사에서는 일부 공정의 디지털·AI 전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소조선사와 기자재기업은 수작업 비중이 높고 기술 도입 여건에도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책은 대형 조선사가 내부에서 구축한 기술과 데이터를 협력기업의 실제 생산설비까지 연결해 공급망 전체의 자동화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부와 해수부는 지난 12일 기존 자율운항선박 M.AX 얼라이언스를 조선업 제조공정까지 확대한 ‘조선 M.AX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지역별 민관투자 규모는 목포·영암 5960억원, 거제·부산 5000억원, 군산 3100억원이다. 첫 프로젝트인 AI 조선소 등대공장과 관련해서는 4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 업무협약도 체결됐는데, 이 금액은 3대 프로젝트와 별도로 1조4000억원에 다시 더하는 투자가 아니라 목포·영암 프로젝트와 연계된 민간투자다.

대형 조선소의 설계·생산 데이터가 자동화 설비와 로봇, 야드 물류를 거쳐 선박 운항 단계까지 연결되는 조선업 AI 전환을 상징. AI그래픽=데일리뉴스
대형 조선소의 설계·생산 데이터가 자동화 설비와 로봇, 야드 물류를 거쳐 선박 운항 단계까지 연결되는 조선업 AI 전환을 상징. AI그래픽=데일리뉴스

목포·영암, 블록 생산부터 야드 물류까지 AI·자동화 적용

목포·영암에서는 5960억원의 민관투자를 통해 중·대조립 공정에 M.AX 기술을 적용한 AI 조선소 등대공장을 구축하고, 이곳에서 실증한 기술을 인근 9개 협력사로 확산한다. HD현대삼호는 블록 생산공정에 적용할 AI 전환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공장을 구축하며, HD한국조선해양은 블록 운송과 생산 최적화를 위한 자율물류·운영 시스템과 지능형 야드 시스템을 맡는다. 대아산업은 HD현대삼호와 곡블록 조립 AX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유일·태진·오원·한국메이드 등 다른 협력사들은 실증공장에서 검증된 기술을 도입하는 구조다.

정부는 앵커기업의 AX 기술개발에 총 16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기술이 협력사 생산현장으로 이전되는 단계에서는 360억원 규모의 설비 보급도 지원할 계획이다. 대형 조선사 한 곳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블록 제작과 조립·물류를 담당하는 협력기업도 같은 생산체계 안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두 지원금액은 현재 정부가 제시한 계획 규모로, 실제 집행액과 사업별 지원 대상은 후속 사업과정에서 확정된다.

HD현대가 이미 추진해온 스마트조선소 전략은 이번 사업의 기술적 배경을 보여준다. HD현대는 2021년부터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진행해 2023년 디지털트윈 기반으로 생산현황과 주요 설비를 통합 관리하는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축했다. 올해까지는 공정과 데이터를 연결해 생산을 예측·최적화하는 2단계를 진행하고, 2030년에는 선박 설계부터 인도까지의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로봇을 활용하는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생산성 30% 향상과 건조 리드타임 30% 단축은 HD현대 자체 FOS 프로젝트의 2030년 목표로, 정부 조선 M.AX 사업 전체의 성과지표와는 구분해야 한다.

이처럼 목포·영암 프로젝트의 새 지점은 대형 조선사의 스마트야드 기술 자체보다 그 적용범위에 있다. 조선소 내부에서 축적된 설계·생산·물류 데이터를 협력사의 블록 제작과 조립공정까지 연결하고, 검증된 자동화 기술을 여러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확산하는 구조가 이번 사업에서 구체화됐다.

거제·부산, 설계정보를 기자재 생산설비까지 연결

거제·부산에서는 5000억원 규모의 민관투자를 통해 의장품 생산을 위한 AI 기반 설계·협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자재기업의 생산 자동화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자체 도면 설계체계를 AX로 전환해 설계·생산정보를 기자재기업과 공유하고, 정부는 기자재기업이 표준화된 설계정보를 자동화 로봇 등 생산설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구축을 지원한다.

이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모델보다 설계와 생산 데이터가 이동하는 방식이다. 선박은 대형 조선사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드는 구조가 아니라 배관과 배전, 철의장 등 여러 기자재기업과 협력사가 설계정보를 받아 각자 생산공정을 수행한다. 대형 조선사의 설계가 디지털화돼 있더라도 협력기업이 도면을 다시 사람이 읽고 생산조건을 별도로 입력해야 한다면 공정 사이의 데이터 연결은 끊긴다. 거제·부산 프로젝트는 대형 조선사의 디지털 설계정보를 표준화해 기자재사의 생산설비와 로봇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삼성중공업은 자체적으로도 설계와 생산 데이터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회사가 2025년 공개한 S-EDP(SHI-Engineering Data Platform)는 데이터와 문서·도면, 3차원 모델을 일관되게 관리하면서 설계·조달·생산 정보를 연결하는 엔지니어링 자동화 플랫폼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두 배 이상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3월 경남 함안에서 가동을 시작한 PIPE ROBOFAB도 배관 설계부터 자동물류, 정밀가공·계측·정렬·용접까지 하나의 관리체계로 연결하고 Vision AI와 로봇을 적용한 생산시설이다. 회사에 따르면 연간 약 10만개의 파이프 스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들 사례는 대형 조선사의 내부 디지털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M.AX 정책에서 새롭게 확인할 부분은 이 같은 설계·생산 체계가 조선소 밖의 기자재기업까지 실제로 이어지는지다. 설계정보가 협력기업의 생산설비로 직접 연결되면 도면 해석과 조건 입력을 반복하는 과정이 줄어들 수 있다.

군산, 소조립 자동화와 5G 특화망을 함께 구축

군산에서는 3100억원 규모의 민관투자를 통해 소조립 공정의 AX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지역 중소조선사에 확산한다. 정부는 AX 기술개발과 5G 특화망 구축,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 도입 등에 1100억원 규모를 지원할 계획이다. 앵커기업인 제이오션중공업은 소조립 AX 기술을 실증할 공장을 증설하고 5G 특화망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부지를 제공한다.

군산에서 통신망 구축이 함께 추진되는 것은 생산설비와 데이터 인프라를 연결하기 위해서다. 조립설비와 자동화 장비에서 발생하는 공정데이터를 수집해 실증과 후속 기술개발에 활용하려면 현장의 설비가 데이터 플랫폼과 안정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구축할 데이터 라이브러리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지역 중소기업도 검증된 AX 기술을 생산공정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군산은 목포·영암이나 거제·부산과 달리 조선산업 기반 회복이라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2017년 신조 중단 이후 지역의 일부 중소기업이 조선업에서 이탈했고, 최근 제이오션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인수해 신조 재개를 추진하면서 공급망 재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에 다시 진입하는 기업에는 절단·가공 등 일부 공정부터 AX 기술을 적용하고, 자체 신조 능력을 갖춘 기업에는 실증된 기술을 보다 폭넓게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AI만의 사업 아니다…로봇·디지털트윈·통신망 결합

조선 M.AX에서 사용하는 ‘AI’를 생성형 AI나 거대언어모델 중심의 사업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생산계획 최적화와 상태 판단에 활용하는 AI뿐 아니라 산업용 로봇, 디지털트윈, 자율물류, 5G 특화망, 설계·생산 데이터 플랫폼이 함께 포함돼 있다. 실제 제조현장에서 AI가 기능하려면 공정 데이터를 수집할 설비와 통신망, 판단 결과를 실제 작업으로 옮길 로봇·자동화 장비가 함께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HD현대의 FOS도 생산계획과 작업정보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크레인과 트랜스포터, 지게차 등 주요 설비와 수송장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삼성중공업의 PIPE ROBOFAB 역시 Vision AI 하나로 작동하는 공장이 아니라 설계정보와 물류, 가공·계측·용접 로봇을 하나의 생산체계로 묶은 사례다. 조선 M.AX는 이러한 디지털·자동화 기술을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협력사와 중소조선사까지 적용하는 산업 단위 전환사업에 가깝다.

조선소 밖에서는 500TB 운항데이터로 자율운항 개발

조선 M.AX의 다른 축은 자율운항선박이다. 정부는 2025년 12월부터 운영해온 자율운항선박 M.AX 얼라이언스를 이번에 조선 제조공정까지 확대했으며, 기존 얼라이언스에서는 HMM과 팬오션 등 참여 해운사와 협의해 500TB 이상의 실제 운항데이터를 공유받아 공공데이터셋 구축에 활용하기로 했다. 자율운항 관련 국제표준 수요도 33건 발굴했으며 올해 7월에는 IMO Level 4 수준 기술개발을 목표로 한 4600억원 규모의 AI 완전자율운항선박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정부가 같은 날 발표한 제1차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 기본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적용된다. 기술개발과 실해역 실증, 안전운항 기반 구축, 전문인력 양성, 국제표준 대응을 추진하고 2035년 완전자율운항선박 운항 개시를 목표로 삼았다. 제조공정에서는 설계와 생산 데이터를 축적하고, 선박이 운항하기 시작한 뒤에는 실제 운항데이터를 기술개발과 실증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두 정책 모두 데이터 확보와 활용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율운항의 경우 데이터 양만으로 기술 수준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운항환경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어떤 상황을 포함하고 있는지, 학습과 검증에 어떻게 구분해 사용하는지, 실해역에서 안전성을 어떤 기준으로 확인하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현재 정부 발표는 500TB 이상의 데이터 확보와 활용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IMO 국제규정도 움직인다…자율운항은 기술개발만으로 끝나지 않아

자율운항선박은 국내 기술만 완성한다고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 5월 자율운항선박을 위한 국제 안전규정인 MASS Code를 채택했고, 7월 1일부터 비강제 규정으로 시행했다. MASS Code는 자율·원격운항 선박의 항해와 연결성, 원격운영센터, 화재안전, 수색·구조, 사이버보안 등을 다루며 기존 선박과 동등한 수준의 안전·보안·환경보호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현재 MASS Code는 의무규정이 아니지만 IMO는 비강제 규정의 운용 경험을 토대로 강제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일정은 2030년 7월까지 강제 MASS Code를 채택하고 2032년 1월 발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운항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선장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선장이 선박 밖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선박에 대한 최종 책임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완전자율운항선박 운항 목표도 기술개발 일정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해역 실증과 원격운영체계, 사이버보안, 국제 안전기준과 인증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실제 운항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1.4조원 집행보다 협력사의 실제 공정 변화가 핵심

3대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특징은 대형 조선사가 이미 개발해온 스마트야드 기술을 중소조선사와 기자재기업의 생산현장으로 확대한다는 데 있다. 목포·영암에서는 블록 조립과 자율물류, 거제·부산에서는 설계정보와 기자재 생산, 군산에서는 소조립 공정과 통신 인프라를 각각 연결하는 방식으로 지역별 역할도 구분돼 있다.

따라서 향후 사업성과는 투자액이나 AI 장비 설치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설계정보가 협력기업의 생산설비까지 실제로 전달되는지, 자동화 적용 기업과 공정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공정시간과 재작업, 설비 가동률, 납기, 작업안전 등에서 측정 가능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정부자료에는 3대 프로젝트별 생산성 향상률이나 불량·재작업 감소율, 공정시간 단축률 등 세부 정량 성과목표가 충분히 제시돼 있지 않으며, 기업 간 생산데이터의 표준화와 공유범위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체화될 부분이다.

조선 M.AX는 이미 디지털화가 진행된 대형 조선소에 AI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생산정보를 기자재기업과 중소조선사의 자동화 설비까지 연결하려는 산업 전환사업이다. 여기에 조선소 밖에서는 실제 선박의 운항데이터를 자율운항 기술개발에 활용한다. 앞으로는 1조4000억원+α의 투자 규모 자체보다 이 연결 구조가 실제 생산현장에 어느 범위까지 구현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사업 진행 상황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출처: 산업통상부·해양수산부 「K-조선 모두의 힘으로, M.AX 상생항로 나선다」(2026년 10월 12일) · 산업통상부 「조선 M.AX에 1.4조원 투입…3대 플래그십 프로젝트 추진」(2026년 10월 12일) · HD현대 FOS(Future of Shipyard) 공식자료 · 삼성중공업 S-EDP 및 PIPE ROBOFAB 공식자료 · 국제해사기구(IMO) 「IMO adopts first global Code for autonomous ships」(2026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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