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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10-26 21:05 (월)
기획/이슈

복지부가 키운 공장형 원외탕전실, 한약사 제도는 왜 만들었나

반복되는 사전조제·무면허 조제 의혹, 복지부는 정책 실패 인정하고 한약사 조제 기능 정상화 하라

대한한약사회는 잇따른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공장형 원외탕전실의 편법 운영과 한약 사전조제 및 무면허 조제 정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촉구한다.

지난 20일 MBN은 실질적인 진료 없이 약 100평 규모의 공장형 원외탕전실이 운영되고 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이어 23일 KBS는 환자의 질병과 증상이 서로 다른데도 동일한 약재와 용량으로 한약이 대량 조제된 정황을 보도했다. 의료기관으로서의 실체조차 의심받는 데 이어 한약 조제의 적법성과 안전성마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KBS보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첩약료 청구액 상위 10개 한방병원의 처방 및 조제 내역 약 20만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약 5만 건의 조제 내역에서 91%가 약재별 용량까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조제 구성이 200개가 넘는 서로 다른 질병에 사용된 정황도 확인됐다. 환자마다 질병과 건강 상태가 다른데도 똑같은 한약을 반복적으로 처방하고 조제했다면, 환자의 안전마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올해 초에도 한 한방병원에서 환자 약 600명분의 탕약을 일괄 조제하고 첩약료를 청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유사한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커녕 실효성 있는 관리 및 감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관리하고, 무엇을 감독해 왔다는 것인가.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허용해서는 안 될 원외탕전실 제도를 복지부가 직접 도입하고 확대해 왔다는 데 있다. 복지부는 2008년 의료기관 부속시설로 원외탕전실을 설치하고, 여러 의료기관이 이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오늘날 공장형 원외탕전실 논란을 초래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은 다름 아닌 복지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약사들이 떠안았다. 정부는 한의약분업을 전제로 한약 조제 전문인력인 한약사를 양성하고 국가면허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30년이 넘도록 한약사 약국의 조제 기능을 보장할 처방전 발급체계와 조제 및 청구체계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의료기관 부속시설에는 대규모 한약 조제의 길을 열어주면서, 정작 정부가 양성한 한약 조제 전문인력의 역할은 철저히 외면했다. 정부가 면허까지 부여해 놓고 스스로 그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다. 이보다 더 무책임한 행정이 어디 있는가. 복지부에 묻는다. 도대체 한약사 제도는 왜 만들었는가.

대한한약사회는 복지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원외탕전실 운영 실태와 사전조제 및 무면허 조제 의혹, 자동차보험 첩약료 청구 내역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즉각 착수하라.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관련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원외탕전실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형식적인 실태점검이나 인증기준 강화만으로 구조적 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원외탕전실 문제를 키운 것도 복지부이고, 한약사 약국의 조제 기능을 사장시킨 것도 복지부다. 이제는 잘못된 제도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의약분업을 통해 의사의 진료, 처방과 약사의 조제를 분리했듯이, 한의약에서도 한의사는 진료와 처방을, 한약사는 조제를 전담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한약 조제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30년 넘게 방치된 한약사 제도의 본래 취지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대한한약사회는 정부가 한약사 제도를 도입하며 내세웠던 한의약분업의 취지가 온전히 실현될 때까지 근본적인 제도 개편을 끝까지 요구할 것이다. 복지부는 스스로 설계한 제도의 실패를 인정하고, 한약사 피해 구제와 약국 조제 기능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즉각 제시하라. 정부가 도입하고 면허까지 부여한 제도조차 책임지지 못한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2026년10월26일

대한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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