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1일 후 약 5개월만에 1350원대 진입...美 금리인하 늦어질 우려 영향
강달러 현상 재현에 추가상승 가능성...물가상승압력·소비위축 등 경제에 부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율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 엔화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탓에 강달러 현상이 재현되며 원달러 환율이 슬금슬금 기어오르고 있다.

28일 오전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0원벽을 뚫었다. 올들어 최고점이다. 환율이 1350원대에 진입한 것은 작년 11월 초 이후 약 5개월만의 일이다.
 
현 환율 수준만 놓고보면 아직은 그리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고환율 상황을 겪어왔기에 정부의 외환 관리시스템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외환보유량도 넉넉한 편이다.
 
문제는 나라 안팎의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환율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를 수록 물가 등 우리 경제 전반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5거래일만에 30원 급등...피벗 지연 우려에 달러 강세
 
28일 오전 9시경 서울 외환시장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3.7원 오른 1352.7원을 찍으며 1350원대에 들어섰다. 작년 11월1일 1357.3원으로 마감한 이후 약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후 들어 1350원대 벽이 무너지긴 했으나 심상치않은 흐름인 것만은 분명하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전일대비 9.2원 상승한 1348.7원에 장을 마치며 4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이날 장중에는 1349.3원까지 치솟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가 상승은 막아냈다.
 
환율은 지난 21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올해 금리를 세 번 인하할 것을 시사한 후 17.4원이나 급락했다가 상승세로 전환하며 강한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4거래일간에 26.3원 올랐다. 28일 오전 상승분까지 포함하면 단 5일만에 무려 30원 이상 폭등한 셈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의 배경은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의 추세전환, 즉 피벗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달러강세에 원달러 환율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28일 장중 5개월만에 1350원을 뚫었다. 사진=연합뉴스
달러강세에 원달러 환율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28일 장중 5개월만에 1350원을 뚫었다. 사진=연합뉴스

연준은 당초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오는 6월을 시작으로 올해 3차례 정도 금리를 낮출 것임을 시사했으나, 최근 또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견고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연준이 당초 방침을 바꿔 올해 첫 금리인하 시기를 하반기로 늦추고 횟수도 3차례가 아니라 2차례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은 상대적으로 조기에 금리인하에 나선 유럽과 대비되며 강달러 현상을 부추기고 결국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럽은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선 스위스를 시작으로 EU의 중앙은행인 ECB의 6월 피벗설에 보다 무게가 실려있다.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사실상 용인한 탓에 위안달러 환율이 경계선인 7.2위안을 넘긴 것도 원화 약세를 가속화시키는 또다른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일본 엔화가 연일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초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원화가치 하락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300원 후반대 내줄 가능성...4월 배당 시즌도 변수
 
일본 중앙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했음에도 추가 긴축이 더뎌질 것이란 전망에 엔달러 환율은 27일 장중 151.97엔을 찍었다. 지난 1990년 7월 이후 3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대 달러를 중심으로 한 주요 통화 가치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선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있다. 관심은 어느선까지 상승하느냐에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1360원 초반대를 환율 상단으로 보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 1300원 후반대를 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역시 연준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연준이 보다 분명한 매파적(긴축선호현상) 기조를 드러낸다면, 강달러에 의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보다 강해질 개연성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배당 시즌인 4월이 다가온 것도 주목해야한다. 통상 4월엔 외국인들이 주식 배당금을 달러화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는 수요가 많아 환율 상방 압력이 큰 시기다.
 
일각에선 2분기 수출 모멘텀이 더욱 강해지면 환율이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수출 개선세가 뚜렷하다해도 환율의 흐름 전체를 바꿀 정도의 임팩트를 갖고 있지않다.
 
환율이 또다시 끔틀대면서 정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일부 수출기업엔 도움이 되지만, 수입물가가 상승하며 전반적인 물가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가는 최근 3%대에 재진입하며,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되버린 소비위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환율 상승과 물가 상방압력이 높아지면,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 외국자본의 유출 우려와 이로인한 증시하락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수출의 뚜렷한 회복에도 불구, 좀처럼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환율이란 복병을 다시 만난 셈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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