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문가, “이대로 가다간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수준 위기 닥칠 것” 경고

▲ 2021년 올해,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경고하고 예견해 왔던 일들이 마침내 차례로 터지기 시작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혹서와 혹한, 산불과 가뭄, 폭우와 홍수, 녹조 현상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금껏 각국이 구비하고 있던 인프라와 재난 대응 시스템은 이러한 기후 이변에 완전히 무력함을 드러내 보였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예외가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각지에서 수많은 사상자와 재해민이 속출했다/사진 세계은행 제공
▲ 2021년 올해,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경고하고 예견해 왔던 일들이 마침내 차례로 터지기 시작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혹서와 혹한, 산불과 가뭄, 폭우와 홍수, 녹조 현상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금껏 각국이 구비하고 있던 인프라와 재난 대응 시스템은 이러한 기후 이변에 완전히 무력함을 드러내 보였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예외가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각지에서 수많은 사상자와 재해민이 속출했다/사진 세계은행 제공

2021년 8월,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은 IPCC의 제6차 평가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가 빠르고도 광범위하게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조금씩 실천해갈 단계는 이미 지났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없다면, 온도 상승폭을 섭씨 1.5도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란 요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오래전부터 회자돼온 '환경보호'라는 슬로건이 더는 기업과 국가의 캠페인, 또는 홍보 활동으로 진행될 게 아니라, 범세계적 차원에서 모든 주체에게 즉각적인 실천을 촉구하는 말로서 작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앞으로의 대응은 지금까지 취해온 소극적 방식인 '기후 완화'가 아니라, 적극적 방식인 '기후 적응'이 돼야 함을 요구한다. 실제로 오늘날 일어나는 기후 이변은 역대 최고치를 잇따라 갱신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껏 인류가 수집해 온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대응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설사 지난 수십 년간 온실가스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왔을지라도 그것은 앞으로 10년 동안의 온실가스 증가량을 가늠케 하는 충분한 지표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다음 1년 동안 어떤 재난이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터질지조차 예측할 수 없다. 그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 위기는 그 규모 면에서나 속도 면에서 우리의 예상을 모두 벗어나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8월 10일, 1조 2천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5,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출이 포함돼 있는데, 주로 기후 변화와 관련해 미국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도로‧교량‧고속도로의 교체 및 수리에 1,100억 달러, 여객‧화물 철도 활성화에 550억 달러, 미국 전역의 납 파이프를 교체하는 등 상수도 문제 해결에 550억 달러, 국가 전력망 현대화에 650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다. 산불‧가뭄‧해안 침식‧폭염 등 직접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470억 달러의 예산이 쓰일 계획이다. 다만 친환경 차 보급 확대를 위해 친환경 버스와 페리에 75억 달러, 전국 전기차 충전소 설비에 75억 달러의 예산을 마련했는데, 이는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1,580억 달러의 예산안을 할당했던 기존 안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번 인프라 법안은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기후 변화로 초래되는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과거 데이터보다는 새로운 가정에 기반해 인프라를 설계하고, 시스템 역시 기후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대화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전 세계 정책 결정자들은 앞으로 어떤 정책 결정을 내리든 기후 변화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뿐만이 아니다. 기업들 역시 기존의 공급망을 재평가하고 재구조화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으며, 시민 사회에서도 재화의 사용과 소비, 폐기물 배출에 있어 기존보다 더 환경적인 측면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기후 변화는 전 세계 모든 주체가 당면한 문제로서 실질적인 계획 수립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기후 위기에 노출되지 않은 지역의 시민이라면,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 피해에 크게 노출되지 않아 시민들의 반응이 다소 미온적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가시화되는 재난 상황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 등이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기후 위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한 지역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가정, 일자리를 잃게 하는 정도의 위험이 아니라, 한 국가, 나아가 다수 국가의 전반적인 시스템 마비까지 초래할 위험성을 늘 잠재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독일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단 이틀 만에 2개월 동안 내릴 법한 규모의 강우가 쏟아졌다. 이때 발생한 강우량은 100~150mm를 기록했으며,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의 여러 국가가 시기적절하게 조기 경보를 발령했음에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기존 배수 시스템을 넘어선 강우량이 여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외에도 유럽에서는 1970년부터 2019년까지 50년간 총 1,672건의 재해가 발생해 159,438명의 사망자와 4,765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또 최근에는 기상 이변이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심화됨에 따라, 단순한 인명 및 경제적 피해를 넘어, 일시적으로나마 국가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가 전방위적인 문제라는 것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의 이름 있는 단체가 줄줄이 내놓는 경고성 발언을, 그저 ‘친환경 산업’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제 논리에 따른 세력 다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생각이다. 설사 그런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지라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기후 변화는 인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자연은 인간적인 잣대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 설령 나와 내가 속한 지역이 기후 변화에 아무런 책임이 없을지라도, 기후 위기는 얼마든지 파괴적인 모습으로 불시에 나와 내 가족을 찾아올 수 있다. 나는 생존을 위협받고, 내 가족은 건강과 일자리를 잃게 되며, 내가 사는 지역공동체는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고스란히 기후 위기가 촉발한 환경·사회·경제적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정책 결정자들이 아직도 환경과 관련된 방안 마련에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그들을 채찍질해 마땅히 할 바를 하도록 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진정한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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